[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경기 평택시 한 변전소의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인근에 위치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도 피해가 우려됐지만 다행히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반도체 공장은 한번 가동이 중단되면 재가동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리고 비상발전 설비에 의존하기도 쉽지 않아 손실이 크다. 다만 이번에는 정전이 아닌 전압강하가 이뤄졌고 시간도 짧아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3시30분쯤 평택지역의 345kV 고덕변전소 설비에서 원인 미상의 전압 강하 현상이 발생했다.

전압 강하는 전력이 일정한 상태에서 전압이 순간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으로, 지속시간은 매우 짧지만 선로에 영향을 끼쳐 정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평택 변전설비 전압 강하 현상 역시 0.05초가량으로 짧았지만 이로 인해 경기 남부 전력 공급 전체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라인까지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화성과 평택, 이천 등 국내 반도체 생산공장의 대부분이 이곳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전압 강화 현상으로 인해 영향 받은 메모리 팹은 삼성전자 평택 P2, P3, 화성 17라인 등으로 추정됐다. SK하이닉스 역시 청주 팹에서 전압 강하 현상 발생했다.

다만 영향을 받은 반도체 장비들의 경우 다행히 전압 강화 현상이 1초 이내에 짧게 진행됐고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가 가동되면서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UPS는 평소 전력을 저장해 두었다가 전원을 공급해 안정적으로 팹이 운영되도록 하는 장치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라인이 정상 가동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측은 "순간적으로 공장에 전압 강하 현상이 발생했지만 생산라인에 피해는 없었다"며 "정전 대비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정전이 발생해도 곧바로 대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반도체팹은 초미세 공정인 탓에 잠시라도 정전이 되면 큰 피해를 피할 수 없다. 정전으로 인해 라인이 중단되면 라인 위에서 가동 중이던 웨이퍼는 통째로 폐기해야한다. 과거 2019년 3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사업장에 약 30분 동안 정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삼성전자가 입은 피해액은 500억원 수준이다.

과거 2021년 2월에도 미국 텍사스에 겨울 폭풍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면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이 약 3일간 전력 공급이 중단돼 엄청난 손실을 봤다. 당시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총 7만1000장의 반도체 웨이퍼 생산 차질이 발생했으며 피해 규모는 3000억∼4000억원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팹 가동 중단으로 인해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면 오히려 반도체 쇼티지가 나면서 반도체 가격은 상승한다. 과거 2013년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의 화재로 인해 메모리반도체(D램) 현물가격 상승하는 일이 일어났다. 오히려 당시 SK하이닉스의 주가는 화재 전 수준보다 높게 상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