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동화그룹의 주요 상장 계열사 동화기업이 증손회사 엠파크의 몽베르CC 인수 지원군으로 나선다. 

엠파크는 최근 대유위니아그룹이 보유한 골프장 몽베르CC의 영업권 일체를 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엠파크만의 자금 여력으로는 골프장 인수가 불가능하다. 이에 동화기업의 현금 지원능력과 향후 재무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엠파크, 현금성자산 682만원...그룹차원 지원 예정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단지 운용사 엠파크는 지난해 말 기준 약 682만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모회사 한국일보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도 24억원에 불과하다. 엠파크는 오는 28일 몽베르CC 골프장의 경영권을 양도받는데 3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필요하다. 

모회사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룹 지주사 동화인터내셔널과 핵심 계열사 동화기업이 재원 마련의 주체가 될 전망이다. 특히 영업 및 투자활동으로 견조한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동화기업이 핵심 지원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동화기업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사업을 위해 마련해 놓은 가용자금이 있어 해당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금액에 대해선 상세히 공개하기 어렵지만 (몽베르CC는) 무리없이 인수할 수 있도록 검토·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연결기준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동화기업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675억원이다. 여기에 단기금융상품,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매출채권 등까지 모두 고려하면 총규모는 3070억원이다. 동화기업이 그룹 계열사들을 통해 마련 가능한 재원이다. 통상 골프장 등 부동산 자산은 100% 자기자본만으로 인수하지 않고 상당 부분 차입을 통해 인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화기업이 무리 없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계열사 지원으로 부담 가중..."그룹 유동성 충분"

다만 이번 골프장 인수가 동화기업에 재무적인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동화기업의 단기차입금, 장기차입금 및 사채 규모는 8032억원이다. 2021년 6144억원에서 2022년 7123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그 폭이 빠르게 늘고 있다. 리튬이온 이차전지용 전해액 개발 계열사 동화일렉트로라이트를 비롯해 전해액 제조판매사 동화말레이시아, MDF 합판제조판매기업 동화베트남 등 국내외 법인에 채무보증(지급보증)을 제공하면서 재무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계열사를 위한 투자 지원으로 차입금이 늘어나다 보니 차입금의존도도 상승했다. 2021년 35%였던 차입금의존도는 올해 6월 말 41%로 상승했다. 통상 차입금의존도가 30% 이하일 때 재무건전성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부채 규모도 오름세다. 올해 상반기 동화기업 부채총계는 1조2176억원이다. 부채총계는 2021년엔 9666억원을, 2022년엔 1조748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하게 증가해왔다. 부채비율 또한 2021년 120%에서 2022년 139%로, 올해 상반기에는 161%까지 상승했다.

동화기업의 잉여현금흐름도 문제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다. 영업현금흐름에서 자본적지출(설비투자금)을 차감한 금액이다.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산을 유지하거나 확장하는데 필요한 금액을 사용한 후에도 만들어낼 수 있는 현금흐름을 의미한다.

동화기업의 잉여현금흐름은 2021년 198억원에서 2022년 마이너스(-) 399억원으로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엔 소폭 개선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지표를 유지하고 있다. 설비투자금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였지만 동시에 MDF 합판과 같은 주력 소재사업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지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실제 영업현금흐름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순이익은 2021년 560억원에서 2022년 433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순손실 278억원을 기록했다.

이차전지 전해액 등 화학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종속회사 동화일렉트로라이트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다만 화학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26%수준이다. 화학사업이 유동성을 보완할 수 있는 버팀목으로 성장하기 전까지는 재무 건전성을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렵다.

동화기업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계열사인 엠파크는 중고차 매매단지를 운영하며 임대업과 부동산 개발 분야에서 영향력을 축적해 왔다"며 "그룹 차원에서 현금성 자산 등을 감안했을 때 유동성이 확보돼 있어 추가적인 대규모 조달을 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투자업계에 따르면 몽베르CC 경영권 입찰에는 엠파크뿐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 이도, 카카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도가 이번 입찰에 참여한 것에 주목한다. 레저, 부동산, 인프라 사업을 운영하는 이도는 경남 거창, 충북 보은 및 속리산, 전북 익산 등 4곳에서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도 관계자는 "그동안 수도권 지역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었다"며 "골프장 운영관리업의 전문가로 이번 입찰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또한 계열사인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를 통해 골프장 인프라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이번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스포츠전문 계열회사인 카카오VX와의 시너지를 활용해 오프라인 골프장으로 직접 진출을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