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올해 공정자산총액 기준 재계서열 22위에 위치한 부영그룹의 내부지분율이 공시대상기업집단 82개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자산총액이 10조원 이상인 48개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엔 내부지분율이 가장 높았다. 내부지분율이란 계열회사의 총 발행주식 중 동일인(총수)과 동일인 관련자(친족, 계열회사, 비영리법인, 임원 등)가 보유한 주식의 비율(자사주 포함)을 말한다.

다시 말해 내부지분율이 높다는 것은 창업주나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공고하다는 이야기다. 부영그룹은 공정자산총액이 20조원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 기업집단인 만큼 지배력이 공고하다는 점은 경영권 행사 과정에서 장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바꿔말하면 그만큼 사업의 진행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견제 세력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우에 따라서 사업이 공공 영역과 연관돼 있을 때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여지도 있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부영그룹의 내부지분율은 99.2%다. 부영그룹보다 내부지분율이 높은 공시대상기업집단은 99.83%의 오케이금융그룹 뿐이다.

다만 오케이금융그룹의 자본금이나 총수 지분율은 부영그룹에 비해서 현저히 낮은 편이다. 부영그룹은 공정자산총액이 20조원을 넘는 대기업집단에 속한다. 오케이금융그룹이 대부분 계열회사를 통해 지배하고 있는 것과 달리 부영그룹은 총수일가가 22.15%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82개)의 내부지분율은 평균 61.7%로 부영그룹은 이보다 37.5%포인트 높다.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총수의 평균 지분율은 7.3%인 반면, 부영그룹은 이보다 13.35%포인트 높은 20.65%다. 공정자산총액이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에서는 총수의 지분율이 가장 높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총수를 포함한 총수일가의 지분율도 평균 3.6%로 집계됐다. 부영그룹은 총수의 압도적인 지분율에 친족지분율 1.5%를 더하면 22.15%에 달한다.

부영그룹은 타 대기업 대비 내부지분율이 높은 만큼 계열회사 지분율도 높은 편이다.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계열회사 지분율은 평균 50.3%로 나타났는데 부영그룹은 71.47%에 달한다. 총수일가 이외의 지분은 전부 계열회사 지분으로 편입돼 있는 셈이다.

이는 소액주주가 거의 없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부영그룹은 특이하게도 공정자산총액이 10조원 이상에 달하는 대기업임에도 계열사 중 상장사가 단 한 곳도 없다. 전체 계열회사가 22개에 달하지만 모두 비상장사다. 공정자산총액이 10조원 이상인 대기업 중에선 전체 계열회사가 비상장사인 곳은 부영 이외에 쿠팡이 유일하다. 다만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사실상 부영이 대기업 중 유일한 비상장 그룹이다.

기업의 내부지분율이 높으면 자산을 관리하고 일감을 분배하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 부영그룹은 주로 지방에서 민간 공공임대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면서 속도감 있게 확장해 왔다. 그룹의 내부지분율이 높은 만큼 총수 중심의 의사결정이 가능해서다. 다만 향후 경영승계나 증여 과정에서 막대한 증여세를 내야하는 약점도 존재한다.

홍형주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지난 9월 브리핑을 통해 "일반적으로는 책임경영이라는 측면에서 내부지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고 평가한다"라며 "대기업집단의 부당내부거래와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