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신라젠이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에 대한 기술이전 논의를 본격화 할 전망이다. 미국 리제네론의 면역관문억제제 리브타요(성분명: 세미플리맙)와 펙사벡의 병용 임상2상이 종료됨에 따라 이르면 이달 중 최종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최종 보고서를 수령한 이후부터 양사는 펙사벡 기술이전 또는 신장암 임상3상 추진 및 다른 암종에 대한 임상 추진 여부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전이성 또는 절제 불가능한 신장암 대상 펙사벡과 리브타요 병용 요법 연구결과를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 2023(ESMO 2023)에서 최근 발표했다.

해당 임상(1b/2a상)은 펙사벡과 리브타요 병용 요법의 안전성와 유효성을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고 4개(A~D)의 임상군으로 구성됐다. 이중 펙사벡과 리브타요를 병용으로 정맥 투여(IV)한 임상군(C, D)에서 안전성 및 유효성을 입증했다. 

구체적으로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과 리브타요를 정맥 투여한 C군은 23.3%의 객관적 반응률과 25.1개월의 전체생존기간(OS)이 관찰됐다. 또 면역관문억제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에게 펙사벡과 리브타요를 정맥 투여한 D군은 17.9%의 객관적 반응률이 관측됐다. D군은 전체 30명 중 22명이 (78.6%) 기존 세 차례 이상 약물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로 구성됐다.

통상적으로 암 임상에서 치료 경험이 많은 환자일수록 반응률이 떨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임상 결과는 고무적이란 게 신라젠과 리제네론의 입장이다.

이에 양사는 해당 데이터를 토대로 본격적인 기술이전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일단 업계는 리제네론이 리브타요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한 펙사벡의 기술이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협상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당장 펙사벡 없이는 리브타요의 적응증 확대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리브타요는 현재 피부암과 폐암에 대한 적응증만 보유 중이다. 동일한 기전의 다른 면역관문억제제들이 수십개의 암종에 대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나는 셈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리브타요는 적응증 확대를 위해 다양한 약물들과의 병용 요법을 연구 중인데 아직까진 펙사벡에서만 긍정적인 데이터가 나왔다"며 "펙사벡을 이용하면 신장암 등에서의 적응증 확보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기술이전을 통해 펙사벡을 들고 가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이어 "기술이전을 계약을 미루고 임상3상을 같이 추진하자거나 다른 암종으로의 추가 임상을 추진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일각에선 리제네론이 리브타요에 대한 개발 포기 가능성도 언급되는데, 현재 다양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 과거 글로벌 라이센스를 이전했던 사노피로부터 다시 글로벌 권리를 매입한 점 등을 볼 때 (개발 포기) 가능성은 매우 낮아보인다"고 강조했다.

신라젠 역시 펙사벡 단독 요법으로 간암 임상3상을 진행하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기술이전의 기회를 반드시 살릴 방침이다. 이를 위한 인재영입도 끝마친 상태다. 지난 7월 빅파마 출신 사업 개발(BD) 책임자를 영입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새 BD 책임자로 온 키시나 칼리차란 박사는 해외 바이오벤처 대표 등을 거치며 다수의 기술이전 및 인수합병을 주도한 바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아직 병용임상2상에 대한 최종결과보고서를 수령하지 못한 상태다"며 "해당 보고서를 토대로 기술이전 등을 포함한 양사간의 협상이 시작되며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