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2024년 임원 승진 인사를 최소화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신사업 확장과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임원을 대거 늘렸던 것과 다른 행보기 때문이다. 재계는 국내외 시장 환경이 불안정한 데다 고금리 기조로 인한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고, 내년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보니 현대백화점그룹이 안정에 방점을 둔 보수적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관측 중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일 정기 인사를 통해 임원 17명의 승진 소식을 전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5년 내 최소 수치란 점이다. 실제 현대백화점그룹은 ▲2020년 36명 ▲2021년 29명 ▲2022년 27명 ▲2023년 30명으로 30여명 안팎을 유지해왔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앞단 4년(2020~2023년)간 다수의 임원 승진자를 배출했던 것은 실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의 매출액은 2019년 8조2900억원에서 2022년 13조8900억원으로 매년 15.9%씩 성장했고 이 기간 1조7190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거뒀다. 

자산 규모도 같은 기간 16조270억원에서 21조6380억원으로 35% 늘었다. 그룹 전체적으로 견조한 성과를 달성하고 있었던 만큼, 신사업과 급변하는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의 발탁을 늘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올 들어 고금리 지속 등 대내외적으로 경영 환경이 불안해지면서 내실을 다지기 위해 승진 규모를 축소하게 된 것으로 재계는 관측 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악화될수록 임원 임용은 보수적으로 변한다"며 "실적 상승에 제동이 걸리게 되면 안정 기조가 바탕에 깔리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인사를 발탁하기엔 무리가 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대부분 대기업들 올해 승진 규모를 축소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며 "특히 대표이사 교체의 경우 부진했던 경영실적에 책임을 묻는 신상필벌의 원칙도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선 관계자의 설명처럼 현대백화점그룹의 주요 캐쉬카우인 현대백화점·홈쇼핑의 대표가 이번 인사에 교체가 됐다. 앞서 2년 동안 모든 계열사 대표들을 유임했던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현대백화점만 봐도 올 2분기 매출액은 97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줄었고,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21.9% 감소했다. 현대홈쇼핑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6%(5422억원→5228억원), 36.4%(278억원→177억원) 줄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는 4년 만에 자리를 내려놓게 됐으며, 임대규 현대홈쇼핑 대표 역시 3년여 만에 물러났다. 후임으로는 정지영 현대백화점 영업본부장 겸 영업전략실장(부사장), 한광영 현대홈쇼핑 영업본부장(전무)이 각각 사장,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회사 경영을 이끌게 됐다.

앞선 재계 관계자는 "신규 대표들이 모두 영업통 출신인 것만 봐도 현대백화점그룹이 실적 회복에 최우선을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두 대표가 각 회사의 성장동력을 어떻게 발굴할 것인지 눈여겨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는 안정 기조를 바탕으로 내실을 꾀하려는 의미"라며 "동시에 변화와 혁신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미래 성장을 준비하려는 의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