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AJ네트웍스가 채권 발행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주식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여유 자금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조달 창구가 사모시장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자율이 높은 사모채 특성상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금융비용 부담만 커질 수 있어서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AJ네트웍스는 지난달 말 275억원 규모 사모채를 발행했다. 만기는 2년, 발행금리는 7.1%다. 조달 목적은 차환자금 확보다. 발행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이다. AJ네트웍스가 올 들어 조달한 자금은 2815억원으로 늘었다. 최근 3년(2020~2022년) 조달 규모가 1000억~16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증가세는 눈에 띈다.

AJ네트웍스가 현금 조달 규모를 늘린 것은 사업 구조 영향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회사는 기업 간 거래(B2B) 렌탈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파렛트와 건설장비, 정보통신(IT) 기기 등을 고객에게 빌려주고 이익(렌탈료)을 거두는 구조다. 렌탈 자산을 미리 확보해야 하는 사업 특성상 충분한 운전자금(현금)이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AJ네트웍스의 자금조달 창구가 사모시장에 치우친 점에 주목한다. AJ네트웍스는 올해 조달자금 중 87.5%(2465억원)를 사모채 발행으로 확보했다. 2019년 이후 공모시장에서도 꾸준하게 자금을 조달해왔으나 규모는 ▲2019년 1360억원 ▲2020년 1070억원 ▲2021년 300억원으로 매년 줄었다.

사모채는 수요예측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아 자금조달 과정이 간소하다. 하지만 전반적인 이자율이 높아 주로 공모채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활용한다. AJ네트웍스가 사모채에 집중하는 이유도 신용도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회사 신용등급은 BBB+(안정적)로 투자수요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AJ네트웍스가 이달 말 410억원, 내년 3월 370억원 규모 사모채 만기를 앞둔 만큼, 사모채 발행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정 현금 보유액을 유지해야 하는 사업 구조상 대규모 현금유출은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AJ네트웍스의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규모는 813억원이다.

문제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사모채 금리가 오름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AJ네트웍스가 지난 2021년 발행한 사모채 금리는 3~4%대였다. 지난해 금리는 6~7%대로 뛴 뒤 올해 초에는 최대 8.3%까지 올랐다. AJ네트웍스로선 이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이자 비용은 289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사업 실적을 고려하면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AJ네트웍스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4938억원, 영업이익은 3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9%, 8.6% 각각 감소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뜻하는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마이너스(-) 126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악조건에도 사모채 발행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AJ네트웍스 관계자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 변수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회사가 많았던 만큼,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라며 "사모채를 발행하고 있지만, 장기물 비중을 높이고 있어 부담은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