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HD현대일렉트릭이 사채 발행 등을 통해 외부에서 현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특히 회사채의 경우 발행 금리가 연 5~6%로 꽤 높은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자금 조달에 적극적이다. 연초부터 외부서 자금을 끌어온 탓에 이자 비용은 배로 불어났다.

이는 외부 자금을 모아 원료 확보를 서두르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해외에서 몰려드는 주문에 올해 수주 목표를 여러 차례 수정했다. 

13일 HD현대일렉트릭에 따르면, 자회사를 제외한 개별 기준 올 상반기 금융비용에 계상한 이자비용은 14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3분기에는 81억원을 이자비용으로 회계 처리했는데, 이는 작년 상반기 누적 이자비용(88억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현금흐름표에도 올 상반기 이자비용으로 지출한 현금이 142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이자지급액의(77억원)의 두배에 육박한다. 

금융 비용이 급증한 것은 외부 조달을 활발히 한 탓이다. 만기 구조가 1년인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등 올 상반기 회사가 발행한 채무증권은 2160억원이다. 이 외에 산업은행에서 차입한 시설 대출과 국내외 은행에서 빌린 차입금까지 더하면 올 상반기 외부 조달 자금은 총 428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추가로 이달 280억원 규모의 사채를 발행한다.

최근 3년 중 조달 규모가 가장 컸던 시기는 지난 2020년이었다. 당시 한해 5383억원 규모의 사채와 차입금을 조달했다. 올해는 이 규모를 가볍게 넘어설 전망이다. 

규모도 눈에 띄지만, 상반기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끌어모으는 모습은 지난 2019년 이후 4년만이다. 금리가 치솟은 작년에 매년 찾던 공모채 시장 발길을 끊었다는 점과도 대조적이다.

발행 조건을 따져서 공모채와 사모채 중 더 유리한 것으로 발행하고 있지만, 금리 수준은 여전히 높다. 실제 지난 5월 5% 초반에 2년물과 3년물을 발행한 이후 6월 사모 시장에서 5.60% 조건에 200억원을 조달했다. 

이달 발행하는 사채도 이자율이 상당할 전망이다. 금리는 청약 하루 전 채권평가회사가 확정하는 개별 민평금리에 2년물은 -0.65%포인트를, 3년물은 -0.59%포인트를 가산해 정해진다. 이달 5일 기준 HD현대일렉트릭의 민평금리 동향을 보면 2년물 6.158%, 3년물 6.360%다. 여기에 가산 금리를 적용하면, 금리는 연 5.5%~5.8%로 추산된다.

높은 이자율에도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은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급증하면서 전력기기 발주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HD현대일렉트릭 수주 잔고는 4조8399억원으로, 전년 말 3조5269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주문이 몰리자 수치 상향을 위해 올해만 두차례 전망치를 고쳐야 했다. 

납기를 맞추려면 원료 매입도 늘려야 한다. 실제 올 상반기 원료 매입액은 1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6% 늘었다. 이러한 이유로 일정 수준의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달 발행하는 사채는 기존 차입금 보다 낮은 이자에 차환 발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추가로 차입금을 발행할 지 여부는 정해진 것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