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신성통상이 불어난 재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작년 말부터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의류 수요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소진이 어려워진 까닭이다. 이에 올해 매출원가에 반영된 재고자산평가손실만 70억원에 달한다. 다만 시장에선 의류 수요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이 회사가 단기간 내 재고 수준을 낮추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 중이다.

신성통상의 재고자산(연결기준)은 FY(회계연도) 2023년(2022년 7월~2023년 6월)말 364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FY 2022년)과 비교할 땐 11.8% 감소한 금액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2019년(2659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37%나 많다. 이 회사는 팬데믹 이전 3년간 재고자산 규모를 2000억원대(▲2016년 2378억원 ▲2017년 2065억원 ▲2018년 2315억원)로 유지해왔다.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정책 완화기조에 따라 의류 수요가 급증하자 신성통상은 운영 중인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재고를 비축했다. 하지만 매출 대비 과도하게 재고를 쌓은 까닭에 작년 이 회사의 재고 규모는 전년 대비 46.5%나 늘어난 4130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경기침체, 인플레이션으로 전체 의류 수요가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물론 SPA브랜드와 명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양극화되고 있단 점이다. 이에 이 회사가 운영하는 SPA 브랜드 '탑텐'만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을 뿐 남성복 브랜드 '지오지아', '앤드지', '올젠' 등의 판매 곡선은 꺾인 상태다.

게다가 일정기간 소진하지 못한 재고는 가치 하락에 따라 '재고자산평가손실'이 발생하는데, 신성통상은 이를 매출원가에 반영하고 있어 규모가 커질 경우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 이미 신성통상은 지난해 22억원, 올해 67억억원의 재고자산평가손실이 매출원가에 반영됐다.

시장에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의류 수요가 연말까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 중이다. 이에 신성통상의 재고부담 역시 단기간 내 완화되긴 어렵단 입장을 견지 중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탑텐은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 외 신성통상 다른 브랜드들은 판매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며 "게다가 수요 예측 실패로 과잉 재고가 쌓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의류 시장 침체가 회복될 기미가 안보인단 것"이라며 "가장 큰 시장인 중국도 예상보다 수요가 올라오지 않고 있어 신성통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재고를 털어내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장 관계자도 "신성통상은 안그래도 대부분 브랜드가 상시 할인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며 "여기에 재고 소진을 위한 할인까지 더해지면 평가손실이 불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전 대비 재고수준이 높아졌단 지적이 이어져 왔지만 올해도 적절한 재고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미 찍어낸 재고는 어쩔 수 없지만 당분간은 보수적 재고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신성통상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남성복 수요가 꺾이면서 재고가 쌓인 것"이라며 "국내외 패션 시장의 침체가 지속된 데다 올해 중 정상화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쌓아두면 물류 비용만 나가기 때문에 최대한 현금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