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LG생활건강이 올해 3분기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주력사업인 화장품 부진과 함께 제조원가와 인건비용 등 고정비용 부담이 지속된 영향이 컸다.

LG생활건강은 26일 공시를 통해 2023년 3분기 연결 매출 1조7462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대비 6.6%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2.4% 줄어든 1285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28.3% 감소한 913억원에 그쳤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음료사업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했지만 뷰티와 HDB 매출이 동반 감소하며 역성장했다"며 "수익부문도 중국의 경기둔화와 국내 가맹점사업 종료, 북미사업 구조조정 진행 등의 영향으로 불가피하게 줄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사업부문별 실적을 보면 주력인 뷰티사업은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5.1% 감소한 670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8.2% 크게 줄어든 80억원에 그쳤다. 이는 내수채널의 성장은 지속된 반면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침체와 북미사업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등이 집행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브랜드 재단장에 따른 마케팅 투자 확대까지 더해지며 수익 악화 폭을 키웠다. LG생활건강은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해 3분기 중 '더후'의 대표라인인 '천기단' 리뉴얼과 중국 오프라인 론칭 행사를 진행했다. 아울러 색조 포트폴리오 확대 목적으로 무드기반 색조브랜드인 'hince(힌스)'를 인수했다. 시장에선 이로 인해 마케팅 지출 부담이 컸지만 자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HDB(홈·데일리뷰티)사업 역시 3분기 매출과 수익 측면에서 모두 고전했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9% 줄어든 5701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6.8% 쪼그라든 467억원에 그쳤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원료사업에 대한 고정비용 부담이 지속된 탓이다. 다만 주요 브랜드인 '유시몰'과 'FiJi', '엘라스틴' 등의 매출이 늘고 있는데다 다양한 기능성 신제품들이 출시돼 향후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또 다른 사업부문인 음료사업은 유일하게 성장을 이어가며 위안이 됐다. 음료사업의 3분기 매출은 505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4%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1.3% 증가한 738억원을 달성했다.

음료부문은 '코카콜라 제로'를 앞세운 제로탄산과 '몬스터에너지' 등 에너지음료의 꾸준한 인기가 매출 확대로 직결됐다. 아울러 글로벌 뮤직 플랫폼인 코크 스튜디어와 아이돌그룹 뉴진스와의 협업 강화를 통한 마케팅 덕도 톡톡히 봤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부문은 럭셔리 브랜드 '후'의 모든 라인을 2025년까지 개편하고 중국 유통채널을 다각화할 계획"이라며 "브랜드 개편 성과와 내년 중국법인 매출 회복 등이 확인될 때까지 주가는 관망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