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경진 기자] 동인기연의 기업공개(IPO) 몸값 책정이 합리적 수준에서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교기업 선정에 신중을 기하는 한편, 시장 예상을 웃도는 공모가 할인율을 적용한 점이 부각된다. 높은 실적 성장성과 수익성을 실현하고 있음에도, 기술 기업 수준으로 공모가 할인율을 적용해 시장 친화적인 IPO 몸값을 도출했다는 분석이다.

◆ 비교기업만 총 9곳…몸값 '합리적' 평가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인기연은 오는 11월 1~7일 기관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IPO를 본격화한다. 공모 희망가격(희망밴드)은 3만3000~3만7000원으로 제시한 상태다. 

밴드 상단 기준 목표 시가총액은 2372억원이다. 동인기연의 상장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동인기연은 알루미늄 소재 가공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급(하이엔드) 등산 배낭을 주력으로 제조하는 기업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아크테릭스(캐나다), 그레고리(미국), 블랙다이아몬드(미국) 등 글로벌 톱티어(Top-tier) 아웃도어 기업들에게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총 40곳이 넘는 글로벌 고객사들과 평균 20년 이상 사업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중이다.

국내외에서 동인기연처럼 하이엔드 등산 배낭을 주력으로 개발, 제조하는 곳은 드물다. 특히 동인기연은 알루미늄 소재 가공 기술을 바탕으로 아웃도어 제품뿐 아니라 카시트, 캠핑용 텐트, 의자 등도 제조하고 있다. 해당 매출 비중이 전체 22%(2022년 기준)에 달하고 있어서, 제품 다각화에 성공한 기업이란 시장의 평가도 받고 있다. 단순히 의류, 신발 등을 제조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들과 차별화된 기업인 셈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동인기연이 IPO 몸값(2372억원)을 합리적으로 도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땅한 경쟁사가 없는 상황에서 몸값 비교기업을 신중하게 선별했다는 평가다. IPO 몸값은 최근 연간 순이익에 비교기업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곱하는 식으로 도출되기 때문에, 비교기업 선별의 적정성은 늘 투자자들의 관심 사항이다.

시장에서는 비교기업 수부터 주목받는다. 무려 9곳의 몸값 비교기업을 선별한 것이다. 통상 IPO 기업들의 경우 3~4개 비교기업을 선별해 상장 기업가치를 책정하는 편이다.

동인기연은 비교기업 선별 과정에서 주가수익비율(PER)도 다양하게 고려했다. 일단 영원무역(3.03배), 더네이처홀딩스(5.03배) 등을 선정해 기업의 펀더멘털 대비 낮은 IPO 몸값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동인기연은 에끌라텍스타일(26.16배) 등을 비교기업군에 포함시켜 기업의 성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향후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주식 시장에서 어떤 평가까지 받을 수 있을지 일종의 참고 자료를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셈이다.

동인기연이 선택한 비교기업 중 국내 업체는 영원무역, 한세실업, 더네이처홀딩스, 에프에프 등 4곳이다. 해외 비교기업으로는 에끌라텍스타일(Eclat Textile, 대만), 마카롯 인더스트리얼(Makalot Industrial, 대만), 크리스탈 인터내셔널 기업(Crystal International Group, 홍콩), 선저우인터내셔널(Shenzhou International Group Holdings, 중국) 풀젠트 선 인터내셔널(Fulgent Sun International Holding, 대만) 등 5곳을 선별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비교기업을 선별한 덕분에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차별화된 사업 경쟁력을 보다 세세하게 알리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IPO 몸값의 적정성에 대한 시장의 오해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공모 할인율 35%, 실질적인 PER '8.85배'…시장 친화적 '몸값' 눈길 

동인기연은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공모가 할인율을 적용해 몸값을 낮췄다.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일궈내면서 높은 수익성까지 실현하고 있는 기업임에도, 적자 기술기업 수준의 공모가 할인율을 적용했다는 평가다. 

동인기연이 IPO 몸값 산정 과정에서 적용한 공모가 할인율은 27.61~35.43%에 달한다. 이는 최근 코스피에 상장한 두산로보틱스(23.8~38.5%)에 준하는 수치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적자 상태에서 IPO를 단행했지만, 동인기연은 2021~2022년 40%대 매출 성장률을 보였고 업계 평균(4.11%, 2011년 기준) 대비 3배 수준에 달하는 순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곳이다. 2021년 순이익률은 8.8%, 2022년 순이익률은 11.2%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동인기연의 IPO 몸값(2372억원, 희망밴드 상단 기준)은 최근 12개월 당기순이익(268억원) 기준 PER 8.85배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증시에서 현재 저평가받고 있는 일반 OEM·ODM 기업 수준으로 몸값을 낮춰 코스피에 상장하는 셈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코스피에 상장한 기업 중 순이익을 내는 제조기업이라 한다면 넥스틸이 있었는데, 이 기업이 적용한 공모가 할인율은 6~13% 수준에 불과했다"며 "동인기연의 공모가 할인율을 감안하면 IPO 과정에서 시장 친화적인 몸값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