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면역항암제에 대한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제시하는 등 신약개발사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당장은 글로벌 항암 동반진단 시장 진출이 목표지만 향후에는 새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이를 글로벌 제약사에게 기술수출한다는 계획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면역항암제의 새 바이오마커로 'TIL(종양침윤성림프구)'의 가능성을 입증한 루닛이 최근 또 다른 바이오마커를 제시했다. 바이오마커란 단백질, DNA(디옥시리보핵산), RNA(리보핵산), 대사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를 뜻한다. 생물학적 과정 및 발병과정으로 인한 몸의 변화를 측정해 병에 대해 진단하거나, 치료 이전에 약물 반응을 평가·측정할 수 있게 돕는다.

루닛이 새롭게 제시한 면역항암제 바이오마커는 종양 검체 조직에 위치한 3차 림프 구조(이하 TLS)다. TLS는 만성적인 염증 반응에 의해 생기는 이소성 림프구 기관으로 종양미세환경 내 면역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구성 요소 중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루닛은 종양과 인접한 부위에 존재하는 TLS가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예측한다는 최근 학계의 연구 결과를 입증하기 위해 병리 슬라이드 분석기 '루닛스코프 TLS'를 활용했다. 루닛스코프 TLS는 18개의 암종을 포함한 1439장의 병리 H&E 슬라이드로부터 TLS의 특징을 학습한 AI 모델이다.

해당 연구에서는 면역항암제인 면역관문억제제(ICI) 치료를 받은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 85명을 대상으로 AI를 적용해 종양미세환경 내 TLS를 세분화하고 환자의 생존율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85명의 환자 가운데 TLS가 관찰된 25명(29.4%)과 관찰되지 않은 60명(70.6%)을 비교한 결과 AI가 검출한 25명의 TLS 관찰 환자군에서 전체 생존율(OS)이 유의미하게 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TLS 존재 여부는 기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반응 예측인자(바이오마커)로 알려진 PD-L1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독립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인공지능 기반의 TLS 분석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새로운 치료반응 예측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 면역항암제의 대표적인 바이오마커는 PD-L1이다.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PD-L1 발현 여부에 따라 면역항암제의 효과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입증됐다. 현재 면역항암제 급여 적용 기준 역시 PD-L1 발현율이다. 하지만 PD-L1 발현에도 평균 면역항암제 반응률이 30% 안팎에 그치면서 시장에선 불완전한 바이오마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루닛이 제시한 바이오마커에 대한 유용성이 입증되면 면역항암제 치료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바이오마커인 PD-L1의 한계점을 루닛이 찾은 바이오마커들이 보완해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루닛은 다양한 암종에서의 종양 미세 환경 내 종양침윤림프구(TIL) 침윤 정도가 암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 바 있다. TIL은 면역항암제 치료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 바이오마커로 주목받았으나 수십만개의 세포를 인간이 하나하나 살펴보기가 매우 어렵고 측정자에 따라 판독 결과에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때 AI를 활용하면 빠르고 정확하게 TIL 분포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했다.

루닛은 추가 연구를 통해 기존 TIL에 TLS를 추가한 루닛 스코프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 추진도 검토 중이다.

루닛 관계자는 "면역항암제에 대한 새로운 바이오마커는 동반진단 모델로 규제기관 승인을 먼저 추진할 것"이라며 "나아가 향후에는 해당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기술 도입 포함)하고 초기 임상 후 기술이전하는 사업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