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우세현 기자] 속편이 기대되는 1편

'양자 컴퓨터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하면 많은 분들이 구글, IBM 등을 가장 먼저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워낙 유명한 기업들이기도 하고, 일찍이 대중에게 양자 컴퓨터의 개념에 대해 가장 먼저 소개한 빅테크들이기도 하니 말이죠. 그런데 이 분야를 조금 더 공부하신 분들은 덩치 큰 빅테크들 말고도 혁신을 준비하는 여러 스타트업이 있다는 사실도 잘 아실 텐데요. 아이온큐, 리게티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아이온큐는 '이온 트랩'이라는 기존 빅테크들과는 다른 노선으로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는 이 분야의 대표 주자인데요. 양자 스타트업 중에서는 타사 대비 재무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가장 탄탄하다고 꼽히는 기업입니다. 꾸준히 연구 성과를 올림과 동시에 앞으로 다년간 사업을 꾸려갈 수 있는 정도의 현금을 보유했기 때문이죠.

아이온큐는 주주들에게 자신들의 기술 목표에 대해 뚜렷한 로드맵을 제시함과 동시에, 이를 착실하게 달성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목표였던 29 알고리즘 큐비트(AQ)의 달성은 계획보다 7개월이나 조기에 성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AQ란 양자 컴퓨터의 성능을 판가름하기 위해 아이온큐에서 제시하는 하나의 척도인데요. 쉽게 설명하자면 AQ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양자 컴퓨터가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변수가 2의 제곱수만큼 커지는 식입니다. 29 AQ면 2의 29제곱 개의 변수 처리가 가능한 것이죠.

또 지난 8월에 발표한 이 기업의 최근 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아이온큐는 5억 920만 달러가량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같은 분기 이 기업이 사용한 3860만 달러의 영업비용과 견주어 보면 여러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아이온큐가 앞으로 다년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지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에게는 이런 '성장 스토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미래 기술 연구는 돈은 엄청나게 잡아먹으면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분야이니 말이죠. 계속해서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선 '우리 기업이 비록 지금은 적자를 내고 있지만, 이는 훗날의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비'라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해야만 합니다.

지금까지 아이온큐는 이 과제를 상당히 훌륭히 수행했다고 볼 수 있어요. 올해 들어 4배 넘게 뛴 이 기업의 주가만 보아도 투자자들이 아이온큐에 얼마나 큰 기대를 품고 있는지가 잘 드러나죠. 하지만 결국 스토리는 스토리일 뿐. 이런 주가 상승이 정당화되고, 또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결국 실적으로 기업의 역량을 증명해야만 합니다. 이는 모든 혁신 스타트업들의 숙명과도 같죠.

아이온큐의 수익화 전략

이 정도면 상당히 성공적으로 사업의 1 막을 마무리했다고 볼 수 있는 아이온큐인데요. 이 기업은 다음 단계로의 도약도 꾸준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온큐의 소식을 꾸준히 팔로업 하신 분들이라면 이 기업이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부킹(booking)' 증가를 강조하고 있음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부킹은 체결은 되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은 계약. 쉽게 말해 '앞으로 발생할 매출'을 의미하는데요. 이 기업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2023년 연간 부킹 가이던스를 상향해왔어요.

그리고 지난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열린 퀀텀 월드 콩그레스(QWC)(영상 링크)에서 아이온큐는 또 한 번의 호재를 전했습니다. 하나는 양자 컴퓨터 상용화에 대한 이야기였고요. 다른 하나는 대형 고객과의 파트너십 소식이었어요. 하나씩 살펴봅시다.

① 신제품 출시

현재 아이온큐의 최첨단 양자 컴퓨터는 '아이온큐 포르테'입니다. 29 AQ를 자랑하는 이 기업의 플래그십 제품이라고 볼 수 있죠. 한눈에 보아도 엄청난 크기인데요. 한 가지 강조해야 할 점은 지금까지 아이온큐의 사업 모델이 이 컴퓨터 '제품'을 판매해 매출을 올리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고객사들의 집집마다 아이온큐가 방문해 포르테를 한 개씩 설치해 주는 식이 아니라는 거죠.

아이온큐는 본사에 포르테를 활용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이 데이터센터의 연산 능력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고객사에게 판매해왔습니다. 우리가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내고 구글 드라이브, 애플 i 클라우드 등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죠. 중앙에서 서버를 운영하고, 고객은 해당 서버를 원격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업 모델에 변화가 생깁니다. 9월 27일(현지시간) 아이온큐는 두 가지 신제품의 출시 소식을 알렸어요. 2024년까지 출시할 '포르테 엔터프라이즈'와 2025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템포'가 각각 그 주인공이에요. 그리고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랙마운트(Rack Mount)에 탑재가 가능하다는 거예요.

랙마운트는 쉽게 말해 전자기기를 위한 케이스입니다. 랙마운트에 탑재가 가능하다는 것은 곧 현존하는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쉽게 배포될 수 있다는 의미예요. 다시 말해 이제는 아이온큐의 고객사들이 직접 실물 양자 컴퓨터를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들은 벌써 주문도 받기 시작했어요.

이름에서부터 '기업용'이라고 못 박은 포르테 엔터프라이즈는 35 AQ를 아이온큐 템포는 64 AQ를 목표로 합니다. 아이온큐의 피터 채프먼 CEO는 "오늘날의 양자 역량은 시스템 접근성 부재나 대규모에서의 부정확성으로 인해 제한돼왔다"며 "템포와 포르테 엔터프라이즈로 인해 아이온큐는 고객사에게 기존 데이터센터 하드웨어와 함께 작동할 수 있는 양자 솔루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2년 이내로 (고객사들의) 상업적 이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했습니다. 쉽게 말해 2년 내로 자사의 양자 컴퓨터를 사용하는 기업들에게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그런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② 공군연구소와의 계약 체결

이날 아이온큐는 신제품 발표와 함께 신규 파트너십에 대한 소식도 알렸습니다. 이 기업은 미국 공군연구소(AFRL)와 255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뉴욕 주에 바륨 기반의 양자 컴퓨팅 시스템 두 개를 구축할 예정이라 밝혔습니다. 이는 아이온큐와 AFRL이 트랩 이온 시스템에 대한 액세스 제공 계약을 발표한 지 1년 만에 이루어진 일입니다.

미국 연방 정부는 2018년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NQI)를 출범한 이후 양자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는데요. 이번 공군연구소와의 계약 체결도 이런 정부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더치 루퍼스버거 하원 의원은 "국가 안보와 관련한 양자 기술과 그 응용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한 공군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며 "우리는 군사 역량 강화에 있어 중국에 뒤처질 여유가 없다"고 말했는데요. 안보와 연결 지어 양자 컴퓨팅 분야에 대한 지원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 강조했어요. 즉, 이번 공군연구소와의 파트너십을 시작으로 아이온큐가 정부 매출을 앞으로도 꾸준히 늘려갈 수 있는 좋은 밑바탕이 그려진 셈입니다. 미국만큼 국가 안보에 돈을 아끼지 않는 국가도 없으니 말이죠.

결론

지금까지 아이온큐는 좋은 성장 스토리를 제시하고, 자신들의 로드맵을 하나씩 달성하면서 수익화 단계를 하나씩 밟아가고 있습니다. 정부, 기업, 기관 등 파트너십을 맺은 단체도 늘려가며 업계에서의 위치를 탄탄히 다져가고 있죠.

아이온큐가 이대로 성장할 수만 있다면 양자 컴퓨터 산업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다만 양자 컴퓨터 분야 자체가 아직은 기술적으로 불확실성이 높고, 아이온큐가 연구하는 이온 트랩 방식이 최종적인 업계 표준으로 채택될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만큼, 위험요인은 항상 유념해야겠습니다. 잘나가다가도 하루아침에 쓰러질 수도 있는 게 스타트업이니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