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바이오연료를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GS칼텍스가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정유, 항공, 해운 등 산업분야를 막론하고 당면한 과제는 환경규제 대응과 탄소중립인 만큼 차세대 연료로 떠오른 바이오연료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무엇보다 GS칼텍스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찍힌 정유사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바이오연료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사 중에서도 바이오연료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국내 최초로 대한항공 화물기에 바이오항공유를 실증했다. 지속가능항공유(SAF)로 불리는 바이오항공유는 폐식용유, 생활폐기물을 원료로 만든 친환경 항공유다. GS칼텍스는 핀란드 바이오연료 생산업체인 네스테(NESTE)로부터 바이오연료를 받아 기존 항공유(JET A-1)와 혼합 후 대한항공 화물기에 급유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우리나라 대표 정유사인 GS칼텍스가 잠재적 경쟁사인 네스테로부터 바이오연료를 공급 받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네스테는 2007년부터 자체 공정 기술로 바이오연료를 생산한 전 세계 바이오연료 시장의 선두주자다. 

반면 국내 정유사 중 바이오항공유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는 아직 없다. 바이오항공유를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투자 의지를 드러냈지만 제도적 뒷받침도 부족하다. 상황이 이러니 GS칼텍스가 네스테의 바이오연료를 받아 국내 최초로 화물기 시범 운항을 추진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심지어 국내 정유사들이 네스테의 바이오연료를 공급받기 위해 대기 중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같은 적과의 동침 전략은 바이오선박유 분야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GS칼텍스는 지난 15일 해운사 HMM과 국내 최초로 바이오선박유를 급유한 6400TEU급 컨테이너선 시범운항을 시작했다. 이 컨테이너선에 실린 바이오선박유는 GS칼텍스 선박용 중유와 국내 바이오연료 업체 DS단석이 폐식용유로 선박용 바이오디젤을 혼합해 제조했다. 

이번에 GS칼텍스와 손잡은 DS단석은 바이오에너지, 플라스틱 리사이클, 배터리 리사이클링 등 자원 순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1965년 설립 이후 사상 최초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GS칼텍스는 이번 실증을 시작으로 2024년 말까지 국내외 선사들에게 바이오선박유 공급을 이어간다. 이에 따라 GS칼텍스와 DS단석과의 연합 행보도 지속할 전망이다. 

GS칼텍스는 바이오 사업 설비 투자도 검토 중이다. 향후에는 직접 바이오연료를 생산해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투자 규모, 시점 등은 밝히지 않았다.

GS칼텍스는 상반기 유가 및 정제마진 하락으로 전년 대비 주춤하는 실적을 냈다. 상반기 매출은 22조6469억원, 영업이익 2876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7%, 91% 감소했다. 같은기간 당기순이익도 94.6% 줄어든 1206억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의 현금성자산은 6월말 기준 2조911억원이다. 현금및현금성자산 9136억원, 단기금융자산 1조1776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현금성자산은 2021년 1조6397억원에서 지난해 말 3조307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가 올해 상반기 2조원대로 떨어졌다. 연말과 비교해 감소했으나 투자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며 "투자 관련 사항을 검토 중이나 확정한 내용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