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효성화학이 이달과 내달 두 차례에 걸쳐 총 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한다. 당초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500억원 규모 조달을 계획했지만, 투자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행액을 낮추게 됐다. 시장 안팎에서는 자산매각이나 유상증자 등을 통한 그룹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이르면 29일, 늦어도 이달 내 7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표면금리는 8.3%로 2년 뒤 콜옵션(조기상환권) 조건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보다 변제 순위가 낮은 채권으로,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9000%에 육박하는 효성화학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것도 자본 확충을 위해서다.

이달에 이어 다음달에도 300억원 안팎의 신종자본증권 추가 발행이 예정돼 있다. 이달 말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과 같은 조건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총 1000억원 플러스 알파 규모로 발행하게 되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내부적으로 심사 승인을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보니, 두 차례로 나눠서 먼저 승인이 난 곳부터 청약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는 효성화학이 목표했던 금액에 다소 모자라는 수준이다. 당초 효성화학은 1500억원 규모의 조달을 희망했다. 그러나 효성화학의 재무구조가 자본잠식을 우려할 정도로 악화되면서 투자자들도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효성화학은 지난 2021년 4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결손금이 쌓이면서 효성화학의 연결기준 자본총계도 지난해 말 1146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363억원 수준으로 큰 폭 줄었다.

반면 연결기준 부채총계는 3조원에서 3조2000억원 규모로 확대되면서 같은기간 부채비율은 2631.8%에서 8937.6%로 치솟았다. 주력 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 시장의 업황 둔화가 지속된 데다가,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베트남 법인의 생산공장이 트러블 등으로 잦은 생산 중단에 처하면서 비용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효성화학의 재무구조 저하 폭이 커 시장성 조달로 재무구조 개선을 모색할 단계는 지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이 발행되더라도 부채비율은 2000%를 웃돌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부채 규모가 3조원이 넘는 회사가 자기자본은 300억원대라는 게 정상적인 구조는 아니다"면서 "유상증자 등으로 자기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룹의 지원은 선행되지 않고 시장의 타인자본으로만 해결하려는 점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반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올 초 공모채 시장에서도 미매각이 발생해 시장성 조달에만 의존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효성화학은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에 나섰지만 단 한 건의 매수주문도 받지 못해 올해 첫 공모채 미매각 사례로 남은 바 있다. 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지난 6월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A0에서 A-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019년부터 역내 신규 PP 생산설비 증설이 누적돼 단기적인 관점에서 업황 개선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자체적인 현금창출에 기반한 재무안정성 개선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