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나 기자] 가장 먼저 HMM 인수의지를 드러냈던 SM그룹이 결국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것을 두고 시장에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SM그룹이 HMM의 몸값을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관측과 함께 애초에 인수 의향이 없었단 시각이 맞서고 있는 까닭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HMM 경영권 매각 예비입찰에 LX인터내셔널, 동원산업, 하림 등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예비입찰이 마감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국가 해운산업을 완성하고 싶다'며 가장 먼저 HMM 인수 의지를 내비친 SM그룹은 출사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SM그룹은 예비입찰에 나선 어떤 기업보다 빠르게 HMM의 지분을 사들여 온 회사다. 지난해부터 우오현 회장 일가를 비롯한 SM그룹 계열사 12곳이 지금까지 사들인 HMM의 지분은 6.6%로, 이를 위해 SM그룹이 쓴 돈은 9537억원에 달한다. 심지어 SM그룹은 경쟁 해운사들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을 선대에 투자한 것과 달리, HMM 지분을 사들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더욱 HMM 인수 포기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우선 SM그룹이 HMM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쪽은 회사가 보유한 현금이 1조원 안팎인 점을 근거로 꼽는다. SM그룹이 보유한 현금으론 시장 평가액 5조원은 커녕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언급한 4조5000억원도 힘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족한 현금 탓에 차입, 재무적투자자(FI) 등 외부자금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만일 FI 몫이 커진다면 과도한 출혈만 내고 회사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 포기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1조에 가까운 돈을 투입하면서까지 HMM 지분율을 높여왔다는 점에서 우오현 회장의 HMM 인수 의지는 '진심' 아니었겠냐는 평가다.

애초에 인수 의향은 없었으며, HMM의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인수 의지를 강력히 피력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SM그룹은 HMM 주식에 1조원 가까이 투자했으나 주가가 하락하면서 4000억원 안팎의 손실을 입었다. 우오현 회장이 직접 인수전 참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다양한 기업, 특히 대기업들의 참전 의지를 불태워 주가를 끌어올리려 했다는 설명이다. 

SM그룹이 인수전에는 불참했으나 당분간 HMM의 3대 주주 지위는 유지할 전망이다. 주가가 지난해 대비 크게 하락한 탓에 유지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HMM 인수로 미룬 선대 투자 자금이 필요해 마냥 주식이 묶여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최근 환경규제, 특히 해운업에서의 규제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 추세다 보니 현재 SM상선이 보유한 배로는 이에대한 대비가 거의 돼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위해 당장은 아니더라도 HMM 주식을 서서히 처분해 선대 투자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지 않겠냐는 시각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한편 HMM 인수에 실패할 시 SM상선을 팔 수도 있다던 우오현 회장의 발언은 해프닝성 발언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SM그룹의 캐시카우인 SM상선을 파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다만 현재 경쟁사 대비 낙후된 SM상선 선대 투자는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M그룹 관계자는 "초기에 예상한 인수 금액 등 조건이 맞지 않아서 인수를 '안 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예비 입찰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못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