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SK㈜가 올해 세 번째 공모조달에 나서자 대표주관 실적 선두를 다투는 KB증권·NH투자증권의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두 회사의 회사채 대표주관 격차가 불과 3000억원 안팎에 그치고 있는 데다가, 하반기 발행시장이 한산한 흐름을 나타내면서 대형 이슈어(issuer) 확보가 절실해지면서다. SK㈜는 두 곳 모두를 주관사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는 내달 3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SK㈜가 앞서 발행한 회사채 만기가 내달 6일(1500억원), 7일(1100억원) 등 연달아 돌아오는 데 따른 대응 차원이다. SK㈜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000억~5000억원 수준까지 발행액을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분주해진 곳은 증권사 IB들이다. SK㈜는 지난해에도 연간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공모채를 발행하면서 회사채 시장 최대 이슈어에 오른 곳으로, 발행 규모가 커 대표주관을 맡으려는 증권사 IB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신용등급도 AA+(안정적)로 높아 증권사 입장에서 세일즈 부담도 적다.

특히 회사채 발행 주관 순위에서 1위 자리를 놓고 접전을 펼치고 있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의 딜(Deal) 수임 경쟁이 달아올랐다.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 상반기 KB증권(6조4314억원)과 NH투자증권(6조2239억원) 간의 회사채(수요예측을 거쳐 발행된 공모 회사채 기준) 주관 실적 격차는 2075억원 수준이었다. 이달 기준으로도 양사의 대표주관 규모는 3000억원 안팎을 맴돌고 있다.

올 3분기 들어 회사채 발행시장마저 한산해지면서 이들 증권사 입장에서는 SK㈜ 회사채 대표주관 여부가 더욱 중요해졌다. 주요 기업들이 상반기에 선제적으로 자금조달을 마치면서 올 하반기 3000억원 이상 대규모 딜은 ▲SK E&S(4000억원) ▲KT(4000억원) ▲신한금융지주(5000억원·신종자본증권) ▲한화생명(5000억원·후순위채) ▲하나금융지주(4000억원·신종자본증권) 등으로 손에 꼽히는 수준이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수천억원 규모인 SK㈜ 딜을 놓치면 3분기는 물론, 연간 기준 주관 순위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두 증권사의 신경전이 치열하다"며 "하반기 들어 간간이 발행이 지속되고는 있지만 이렇다 할 대규모 딜이 보이지 않는 것도 SK㈜ 대표주관 수임에 공을 쏟고 있는 이유"라고 전했다.

SK㈜는 오는 23일을 전후해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할 예정으로, KB증권과 NH투자증권을 주관사단을 모두 주관사단으로 두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그간 SK㈜는 ▲제302회(삼성증권) ▲제303회(한국투자증권·SK증권) ▲제304회(NH투자증권) ▲제305회(KB증권) ▲제306회(미래에셋증권) ▲제307회(한국투자증권·SK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을 번갈아가며 주관사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번 발행을 앞두고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필사적으로 딜 수임에 나서면서 SK㈜도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 난감해진 이유로 풀이된다.

SK㈜ 관계자는 "내달 공모채 발행을 앞두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대표주관사를 비롯해 구체적인 발행 조건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