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나 기자] 대한항공이 한때 800%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100%대로 낮췄다. 시장 환경에 맞춘 효율적 경영으로 실적을 대폭 개선한 덕이다. 이에 시장의 관심사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품기 전 신용등급을 A급으로 다시 회복시킬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대한한공의 부채비율은 6월말 기준 197.2%다. 2019년 말 814%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617%포인트나 하락했다. 이 회사의 재무건전성이 이처럼 개선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는 화물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엔데믹 전환 후에는 여객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영향이 컸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이 불거진 2020년과 2021년, 주력인 여객 수요가 급감한 까닭에 2019년(12조2917억원) 대비 각각 60.2% 수준인 7조4050억원와 71.2% 가량인 8조7434억원을 거두는데 그쳤다. 하지만 순이익은 같은 기간 마이너스(-) 5867억원에서 -1946억원으로 적자폭이 대폭 줄어든 데 이어 6387억원으로 흑자전환 됐다.

작년에는 엔데믹 전환에 따른 여객 수요 회복과 고해상운임에 따른 화물 물동량까지 넘친 덕에 전년 대비 53.2% 증가한 13조4127억원의 영업수익과 178.6% 늘어난 1조7796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올 들어서는 해상운임 정상화로 화물 물동량이 급감했음에도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덕에 호실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 기준 올해 영업수익은 전년 대비 9.7% 늘어난 6조7313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증가한 탓에 7269억원으로 26.9% 감소했다.

2021년을 기점으로 순이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보니 이익잉여금이 자연스레 쌓이며 재무지표 전반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우선 차입금의존도의 경우 2019년만 해도 63%에 달했으나 2020년 61.7%로 낮아진 데 이어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46.9%, 38.4%로 축소됐다. 반면 이익잉여금은 이 기간 -3457억원→-5225억원→1100억원→2조536억원 순으로 늘어났다. 즉 수익성 개선에 따른 부채는 줄고 자본은 늘다 보니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었던 셈이다.

시장은 이에 대한항공이 2015년 이후 8년여 만에 A급 신용등급 복귀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실제 신용평가사 3사 또한 최근 대한항공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높인 바 있어 가능성은 더 커진 상황이다. 신용평가사들은 현재 대한항공의 신용도 상승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재무부담 통제 및 사업역량 개선 ▲순차입금/EBITDA 3.5이하 ▲차입금의존도 40%이하 등을 꼽고 있다. 지난해 기준 순차입금/EBITDA와 차입금의존도는 해당 조건을 충족시킨 상태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축적된 재무완충력을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재무부담도 감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며 "팬데믹 기간 순이익 누적과 유상증자로 재무안정성이 크게 개선돼 합병 이후 재무지표 역시 팬데믹 이전보다 좋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도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 여부에 대해선 아직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면서도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인한 자금 부담이 존재하긴 하지만 주력인 여객수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만큼 대한항공의 성장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추가적인 평가를 통해 신용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