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국내 신기술사업금융회사인 '얼머스인베스트먼트'가 세컨더리펀드 운용 명가로 거듭나고 있다. 2019년과 2022년에 이어 올해까지 총 세번에 걸쳐 모태펀드 출자사업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됐다. 첫번째로 결성한 세컨더리펀드가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손쉽게 후속펀드들을 조성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2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얼머스인베스트는 현재 500억원 규모의 세컨더리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모태펀드 2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세컨더리 중소형 부문 GP로 선정되면서다. 펀드레이징을 위해 민간 출자자(LP)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이미 다수 금융사로부터 투자의향서(LOI)를 확보했다.

대표 펀드매니저는 손양철 대표가 맡는다. 손 대표는 신용보증기금에서 중소기업 지원 업무 등을 맡으며 벤처투자 업계에 발을 들였다. 2000년 신용보증기금 자회사인 신보창업투자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아주IB투자 PE본부·이앤인베스트먼트 그로스캐피탈 본부장 등을 거쳐 2018년 1월 얼머스인베스트를 설립했다.

얼머스인베스트는 현재 두 개의 세컨더리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전부 모태펀드로부터 출자 받았다. 2019년과 2022년에 LP지분유동화 부문 GP로 잇따라 선정됐다. 첫번째로 결성한 '2019 얼머스 세컨더리'의 약정총액(AUM)은 300억원으로 모태펀드가 100억원을 출자했다. 지난해 결성한 '2022 얼머스 세컨더리'의 규모는 450억원이며 모태펀드가 100억원을 댔다.

'2019 얼머스 세컨더리'는 운용 2년 만에 AUM의 98%를 소진했다. 8개 펀드의 LP지분과 14곳 벤처기업의 보통주·우선주 구주가 펀드에 담겼다. 회수 성과도 뛰어나다. 현재 11곳 펀드·기업에서 엑시트를 완료해 389억원을 회수했다. 투자원금의 132%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펀드 청산이 완료되면 순내부수익률(Net IRR) 18%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펀드는 2021년 2월 2차전지 전해액 제조사인 '엔켐'의 보통주 구주를 14억원에 인수했다. 같은해 11월 회사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자 곧바로 장내 매도해 47억원을 회수했다. IRR 325.4%에 이르는 성과다. 반도체 계측장비 제조기업 '오로스테크놀로지' 투자 성적도 우수하다. 2020년 2월 보통주 구주를 12억원에 인수했고, 이듬해 2월 회사가 코스닥 입성에 성공하자 장내매각 등을 통해 51억원을 거둬들이며 IRR 272.3%을 기록했다.

LP지분 투자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BSK인베스트먼트'가 지난 2012년 결성한 펀드 'BSK-에스엔유포텐셜2호'(100억원) 지분 일부를 2020년 4월 5억원에 인수했고, 이듬해 4월에 총 20억원을 회수했다. IRR 267.4%에 육박한다. 지난달에는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IMM인베스트먼트'의 '2015 Design' 펀드가 가구업체 '오하임아이엔티'의 지분 33.65%를 240억원에 매각해 현재 최종 수익 분배를 기다리고 있다. 멀티플 약 2배가 예상된다.

'2022 얼머스 세컨더리' 투자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운용 8개월 만에 약정총액의 35%인 154억원을 소진했다. HB인베스트먼트, 티그리스인베스트먼트 등이 결성한 벤처펀드의 LP지분 51억원어치를 매입했다. 또 벤처기업 ▲코셈(16억원) ▲일렉트로엠(12억원) ▲퓨리오사에이아이(11억원) ▲스위트스팟(17억원) 등의 구주도 담았다.

엑시트 성과도 기대되고 있다. 전자현미경 제조업체인 '코셈'에 투자했는데, 이 회사는 지난 6월 기술성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 연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멀티플 2배 이상의 수익이 예측되고 있다. 티그리스인베스트 펀드에 담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웰랑'도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다. 매각가로 800억원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 가격에 거래가 완료될 경우 얼머스인베스트는 30%가 넘는 총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얼머스인베스트는 설립 직후부터 세컨더리 투자를 핵심 전략으로 삼아 운용사 역량을 집중해 왔다"며 "초기 투자한 포트폴리오들의 회수 성과도 뛰어나 단기간 내 모태펀드 출자사업 GP로 수차례 선정되는 등 세컨더리 명가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