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벼랑 끝에 몰린 일동제약이 '자산 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늘어난 연구개발비용에 실적은 물론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터라 자국책 마련이 시급해진 까닭이다. 회사는 우선 보유하고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의 라이선스 아웃(기술이전)에 초점을 맞춰 불안정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자사가 보유중인 10여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에 초점을 맞춰 수익 실현에 나서겠다"며 "일반적인 제약사들의 기술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은 일동제약의 이 같은 입장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현재 일동제약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보니 통상적인 라이선스 아웃의 성격과 궤가 다르단 이유에서다. 실제 일동제약은 최근 실적 부진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로 창사 이래 첫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 임원 20% 이상을 감원했고, 지난달까지 차장 이상 간부급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을 받기도 했다.

나아가 이 회사는 구조조정과 함께 강도 높은 쇄신작업까지 돌입했다. 연구비용 효율화, 파이프라인 조기 라이선스 아웃 추진 등이 주요 골자다. 이 같은 쇄신안은 금리 상승 등 급변하는 금융시장 환경에 대비하고, 무엇보다 사업구조 재정비를 통한 이익 실현과 연구개발 분야의 조기 성과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특히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라이선스 아웃을 위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계획을 조정하기로 했다. 올 초 다파글리플로진과 시타글립틴 복합제 제네릭 개발을 포기한 것도 연장선상에 있다. 최근 수년간 과감한 투자를 통해 상당수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만큼 선택과 집중에 따른 효율적인 비용 집행으로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내겠단 방침이다.

일동제약은 현재 ▲당뇨병 ▲간 질환 ▲위장관 질환 ▲안과 질환 ▲파킨슨병 등과 관련해 10여 종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당뇨병, 지방간염과 같은 대사성 질환 분야의 경우 글로벌 임상 추진, 국내외 특허 확보 등과 같은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시장 규모와 성장성, 미충족 수요 여부 등으로 인해 잠재력이 큰 만큼 라이선스 아웃으로 충분한 수익 실현까지 기대하는 눈치다. 다만 해당 파이프라인이 이제 막 임상 1상에 진입했거나 전임상 단계에 머물고 있는 상태여서 단기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따라서 일동제약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 자산 매각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전망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아울러 오픈 이노베이션 차원에서 단행한 타기업 투자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매각 물망에 오른 투자지분은 2019년 27억원을 투자한 엔젠바이오(3.5%)와 40억원을 투자한 보톡스 개발업체 이니바이오(6.5%) 등이다. 아울러 장부가액 기준 485억원에 달하는 양재동 사옥을 세일앤드리스백(매각후 재임대) 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동제약이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력 감축 등을 단행하기 했지만 재무지표 전반을 개선할 수 있을 만한 캐시카우가 없는 상황이고, 파이프라인의 라이선스 아웃도 임상 단계상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신사업 등을 위해 그간 투자했던 지분 등을 매각해 재원을 확보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