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야놀자가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인수한 젠룸스(Zenrooms Holding)를 결국 정리했다.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지만, 벌어들인 돈이 없었던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야놀자는 회사 브랜드 '야놀자 클라우드'로 동남아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운영효율화 차원에서 해당 법인을 청산하게 됐단 입장이다.

젠룸스는 2015년 싱가포르에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한국관광객이 자주 찾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폴 ▲태국 등 동남아시아 5개국에서 호텔 체인 및 온라인 예약 플랫폼 사업을 영위해 왔다. 사업 방식은 호텔 객실을 이 회사가 임차해 리모델링한 후 관광객에게 대실 해주는 '브랜드호텔'이 주 수입원이었다. 이를 통해 설립 3년 동안 매년 2배가 넘은 성장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야놀자는 이런 젠룸스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 2018년 1500만달러(약 166억원)를 투자했다. 이후 이 회사는 2019년 추가 투자를 단행해 최대주주(지분율 55.14%)에 올랐고, 2021년 잔여지분을 인수(98.34%)한 뒤 야놀자클라우드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야놀자가 젠룸스 인수 1년 만인 2020년 이 회사 장부가액 125억원을 모두 손상차손(대손충당) 처리하고, 대여금 70억원 역시 대손충당금으로 분류했단 점이다. 즉 회수가능액이 투자금액에 크게 미달할 것으로 야놀자가 판단했던 셈이다.

야놀자가 젠룸스의 회생가능성을 낮게 점쳤던 것은 이 회사의 수익성이 좋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젠룸스는 2019년 13억원, 2020년 7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에 2020년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38억원인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코로나19로 젠룸스가 운영하는 브랜드호텔이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엔데믹이 전환된 2022년 역시 3분기 누적 9억원의 매출과 69억원의 순적자를 냈다. 결국 수익성이 바닥을 치자 야놀자 입장에선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2022년말 젠룸스의 청산을 결정하고 올 1분기 사업을 중단하게 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야놀자가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조직 효율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야놀자가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실적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야놀자가 젠룸스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기대만큼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코로나19로 동남아 지역 다수가 봉쇄되면서 정상적인 브랜드호텔 영업을 할 수 없었다"며 "젠룸스가 중저가 상품을 주로 판매한 점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줬을 것"고 말했다. 이어 "야놀자가 현재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젠룸스의 청산을 결정하게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야놀자는 동남아 시장에서 '야놀자 클라우드' 브랜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기에 젠룸스의 청산을 결정하게 됐단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야놀자 클라우드가 동남아 진출 당시에는 교두보 역할을 할 젠룸스가 필요했었다"며 "현재는 야놀자 클라우드가 직접 사업을 확대하며 인지도를 제고하고 있기 때문에 효율적 운영을 위해 젠룸스를 청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젠룸스의 자산, 인력 등은 야놀자 클라우드가 인계 받았고, 베트남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동남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