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GC녹십자가 패치형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개발을 통해 '백신 명가'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활용된 패치형 백신은 통증감소, 부작용 최소화 등의 장점이 명확한 만큼 업계는 개발 성공 여부에 따라 독감백신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녹십자는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한 패치형 독감백신 'MIMIX-Flu' 임상1상 결과를 공개하는 등 새로운 제형의 독감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상 결과 MIMIX-Flu는 180일 동안 지속적으로 높은 면역원성을 보였다. 안전성면에서도 별다른 이상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백신 접종 후 7일 이내 발생하는 국소 및 전신에서 나타나는 반응은 기존 백신과 유사했으며 통증 및 타박상, 압통 등이 보고되지 않았다. 전신 반응으로는 경미한 두통과 피로로 제한됐다.

MIMIX-Flu는 녹십자의 인플루엔자 백신 항원(H1N1)을 백세스의 패치 기반 피하 약물전달 시스템(MIMIX™ sustained release patch technology)과 결합한 제품이다. 패치에 백신 약물을 천천히 흘려 보낼 수 있는 미세 바늘(마이크로니들)을 부착해 약물의 전달 속도와 시간을 알맞게 조절할 수 있다.

정확한 약물 전달을 위해선 소형 적용기가 사용됐다. 마이크로니들 개발 초기에는 피부 삽입을 위해 손가락 힘을 사용했지만 사람마다 가하는 힘의 차이가 있어서 삽입 재현성이 낮고, 손가락의 곡률 때문에 사용 가능한 마이크로니들 패치 크기가 제한적이었다. 최근에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게추, 스프링, 기계장치 등을 이용한 적용기가 사용되는 추세다.

녹십자 관계자는 "백세스와 공동개발하는 마이크로니들은 적용기를 이용해서 적은 힘으로 접종이 가능하다"며 "특히 니들 자체를 항원으로 만든거라 바늘 자체가 녹아서 피부에 침투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녹십자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인플루엔자 백신과 MIMIX 패치를 결합한 이 백신은 바늘 공포증, 주사 부위 통증 등의 장벽을 극복해 환자의 삶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녹십자가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한 패치형 독감백신 개발에 나선 것은 기존 주사기 형태의 백신 대비 명확한 장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마이크로니들 제형의 백신은 접종 시의 통증을 크게 완화할 뿐만 아니라, 면역세포가 풍부한 진피층에 직접약물 전달하기 때문에 약물 손실량을 최소화하고, 전달율 극대화할 수 있다. 아울러 상온 유통도 가능하다. 온도에 민감한 기존 백신처럼 콜드체인(Cold Chain) 유통이 필요치 않은 만큼 제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저개발 도상국으로의 수출도 할 수 있어서다.

다만 패치형 백신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가격경쟁력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대부분의 마이크로니들 패치 백신은 적용기를 사용하게 되는데, 사용이 복잡하고 생산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크로니들은 기존 약물전달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그동안 낮은 약물 전달률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들이 하나둘씩 개발되면서 상업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로니들이 기존 주사기 등 투여방법을 대체하기 위해선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적용기 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