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유선1위·무선 2위 KT가 경쟁사 LG유플러스의 추격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KT는 최근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입지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KT가 경영 공백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이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더 많은 가입자 수를 확보하며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모습이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 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7879만명이다. SK텔레콤이 가입자 3098만명(39.3%)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KT 1757만명(22.3%), LG유플러스 1634만명(20.7), 알뜰폰(MVNO) 1389만명(17.6%) 순으로 많은 가입자를 확보했다. 

무선 시장은 여전히 이통 3사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다만 10년 넘게 고착화됐던 점유율 구도는 5:3:2에서 4:2:2로 바뀌었다. 알뜰폰 시장 활성화로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2012년 말 2.4%에 불과했던 알뜰폰 비중은 올해 4월 17.6%로 확대됐다.

전반적으로 이통 3사 가입자 유입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이통 3사 가입자 증가율은 LG유플러스 5.44%, SK텔레콤 2.48%, KT 0.49%로 나타났다. KT가 유독 저조한 가입자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올해 KT 가입자 증가율은 1월 -0.06%, 2월 0.15%, 3월 -0.06%, 4월 0.39%로 들쑥날쑥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1월 0.23%, 2월 0.48%, 3월 0.50%, 4월 0.84% 등 매달 꾸준히 가입자를 늘리며 KT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양 사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 격차는 지난해 4월 198만명에서 올해 4월 123만명으로 줄었다. 앞으로 2위 자리를 두고 KT와 LG유플러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디지코 선언으로 KT의 통신 사업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LG유플러스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평가한다. KT는 2020년 구현모 전 대표 취임 이후 통신회사에서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전환하며 인공지능(AI)·로봇·클라우드 등 신사업 역량을 강화해 왔다. 이 같은 디지코 전환에 힘입어 연매출 25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KT는 디지코로 향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2021년 10월 전국 단위로 발생한 통신대란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고는 KT 부산 국사에서 기업용 라우터 교체 작업을 진행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일부 명령어를 누락하면서 발생했다. KT 전국 유·무선망이 작업자의 사소한 실수로 약 1시간 30분 동안 먹통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중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KT의 허술한 통신망 관리 실태가 공개되면서 과도한 탈통신 행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KT가 통신을 넘어 비통신 신사업 육성에 집중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본업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KT는 전국의 모든 통신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공염불에 그쳤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유무선 통신 장애를 일으키며 부실한 관리 능력이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코도 좋지만 주력인 통신 사업의 안정적인 운영이 선행돼야 한다"며 "경영 공백 사태를 맞은 현 상황은 통신 장애 관리에 더욱 취약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