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파라솔이라도 설치해 사람을 끌어 모으고 싶은 심정이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정왕동 일대의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 '거북섬'을 지난달 말 방문하면서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들은 말이다. 2020년 인공서핑장을 개장하며 관광수요 유치에 대한 기대가 커졌음에도 상가 건물들이 텅 비어있으니 없던 절박함도 생길 만하다.

거북섬 일대는 다수의 민간 시행사와 시공사, 시흥시가 해양레저복합단지로 거듭나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며 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다.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거북섬 첫 생활형 숙박시설 '시흥 웨이브파크 푸르지오 시티'는 지난달 준공했고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추진 중인 오피스텔과 생활형숙박시설 개발사업 역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지난 2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생활형숙박시설(웨이브엠파크) 개발사업의 시공권을 다른 건설사에 넘겼다. 이 사업의 시행사 디오개발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236위를 기록한 우암건설과 새로운 시공계약을 체결했다. 공사가 막바지 단계인 동일한 브랜드의 오피스텔 개발사업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이 그대로 공사를 마무리한다. 기존의 시공사 일부가 경영난에 빠지는 등 크고 작은 위기가 있었지만 건물 자체는 정상적으로 올라간 셈이다.

하지만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인근의 임차수요가 바닥을 치고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털어놨다. 여전한 고금리 기조로 경기침체가 길어져 관광단지 활성화를 기다리는 수분양자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직접 둘러본 거북섬과 인근 상업시설은 어림 잡아 90% 이상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비어 있었다. 인접해 있는 인공서핑장에 관람객의 발걸음이 이어진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펜션이 밀집해 있는 대부도와 다양한 해양레저시설을 갖췄지만 이러한 이점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야기를 나눈 부동산 중개업자는 "인근 공동주택의 분양을 웬만큼 완료했기에 상업시설의 활성화가 기대되는 시점이었으나 예상과 달리 임차수요 확보가 어렵다"며 "물놀이를 즐기러 관광객이 모여드는데 인접해 있는 음식점은 분식점 하나에 불과해 기존 관광객의 발기마저 끊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대규모 공실 사태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심화하고 있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지적이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활용해 창업하기 어려워지고 이들에게서 임대수익을 챙겨야 하는 수분양자 역시 분양계약을 포기하거나 소유권을 처분한다는 것이다.

시흥시는 최근 '거북섬 버스킹'을 개최하고 기존의 정왕2동을 분동해 '거북섬동'을 신설하는 등 거북섬 인구 유입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미분양 극복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거북섬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마음 같아서는 인공서핑장 앞과 상가 사이의 거리에 파라솔이라도 설치해 서핑을 구경하는 인파라도 끌어들이고 싶다"며 "시흥시에서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매련해 거북섬 살리기에 나서는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