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토요타의 플래그십 모델 '크라운'이 한국 시장에 처음 출시된 가운데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간판 모델 '그랜저'와 정면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두 차종의 이미지가 겹치는 데다 같은 세그먼트로 분류된단 이유에서다. 작년 말 출시된 7세대 그랜저는 내수시장에서만 매달 1만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링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토요타코리아는 5일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크라운의 공식 출시 행사를 가졌다. 크라운은 지난 1955년 브랜드 최초의 양산형 승용차로 출시된 모델로 69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시장에 공식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세대 크라운은 ▲크로스오버 ▲세단 ▲스포츠 ▲에스테이트 4가지 타입으로 구성됐는데, 기존의 세단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한국 시장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렌드를 가미한 크로스오버를 먼저 내놨다.

이번 신차 출시는 앞서 토요타코리아가 밝힌 전동화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회사는 "올해부터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기차(BEV) 총 8종의 전동화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도입하겠다"며 올해 2월 첫 번째 전동화 모델로 라브4 PHRV를 선보였다. 이어 크라운이 두 번째 전동화 모델이다. 

시장에선 토요타 크라운이 현대차 그랜저가 구축해 놓은 내수 판매 '철옹성'을 무너트릴 수 있을지 관심을 쏟고 있다. 두 차종의 이미지가 겹치는 데다 같은 세그먼트로 분류된단 이유에서다. 실제 현대차 그랜저는 올 들어 5월까지 내수시장에서 총 5만1442대를 판매했는데 월평균 1만288대 수준으로 국산차와 수입차를 통틀어 판매 1등이다. 특히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체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크라운은 토요타의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일본 현지에서 '성공하면 타는 차'라는 이미지가 형성돼 있다. 그랜저 역시 1986년 처음 출시될 당시부터 '성공한 사람이 타는 차'라는 인식을 굳혀왔다. 국내 소비자들이 붙인 크라운의 별칭이 '일본의 그랜저'라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두 차종의 차체 크기도 유사하다. 토요타 크라운과 현대차 그랜저는 모두 준대형 세단에 속한다. 크라운의 전장과 전고, 전폭은 각각 4980mm, 1540mm, 1840mm으로 그랜저(5035x1460x1880mm)보다 길이와 폭은 좁지만 높이는 조금 더 높다. 연비 면에서도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는 16.7~18km/ℓ이며, 크라운은 17.2km/ℓ(2.5리터 기준)다.

가격 경쟁력의 경우 그랜저가 크라운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시장은 관측하고 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판매 가격은 4458만~5363만원이다. 반면 크라운은 2.5리터와 2.4리터 터보가 각각 5670만원, 6480만원으로 그랜저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

다만 토요타코리아 측은 크라운이 그랜저와 경쟁 구도를 그리는 게 다소 부담스럽단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정 모델과의 경쟁보단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단 것이다.

강대환 토요타코리아 상무는 "특정 모델을 경쟁 타깃으로 보진 않고 있다"며 "크라운의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집중했고 '퍼포먼스형 하이브리드'라는 새로운 포지셔닝으로 덜 경쟁적이면서 더 프리미엄한 영역으로 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