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현대미포조선이 브레이크 없이 내달리는 선가에 편승해 일감을 따내는데 정신없는 모양새다. 5월 한 달 동안만 10척 이상의 선박을 수주했다. 

작년에는 가격 변동폭이 크지 않았던 반면, 올해는 선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뒤늦게 수주할수록 유리한 상황이다. 이에 작년 연초에 집중됐던 수주가 올해는 2분기부터 본격화됐다. 

30일 현대미포조선에 따르면 이달에만 PC선 6척, 컨테이너선 5척 등 총 11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계약 건 별 고시 환율을 적용해 환산한 결과, 계약금액은 총 5억8782만 달러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수주액을 다 합해도 9억 달러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5월 한 달 동안 상당 규모의 일감을 따낸 것이다.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수주 잔고를 채우는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었다. 작년에는 그 해 수주 목표의 40%를 1분기 만에 달성했는데, 올해는 목표한 37억 달러 가운데, 24% 달성에 그쳤다.

특히 작년에는 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로로(Roll-on & Roll-ofF)선을 수주해 목표 잔고를 채우는데 일조했다면, 올해 일감에선 비싼 특수선이 실종됐다. 대신 PC선과 LPG선만으로 수주 잔고를 채웠다. 

지난달 11척의 계약을 추가로 성사시킨데 이어, 이달 유럽, 아시아, 북미 등지를 돌며 중형 선박을 여럿 수주해오면서 이날까지 누적 신규 수주 실적은 21억 달러로 추산된다. 지난 1분기만해도 20%대 수준이었던 목표 달성률이 현재 57%까지 높아졌다.

 

작년 연초에 집중됐던 수주 성과가 올해는 2분기로 분산된 것은 선박 가격과 관련됐다.

작년에는 상반기까지 선가 움직임이 크지 않았다. 주력 선종이 PC선의 경우 지난 2021년 말 척당 4100만 달러였던 가격이 1분기까지 유지되다, 2분기 4250만 달러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3분기에는 4300만 달러로, 사실상 전분기 수준의 가격이었다. 

올해는 계속 오름세다. PC선은 작년 말 4350만 달러에서 1분기 4500만 달러로 집계됐으며, LPG선은 척당 6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실제 이달 26일 계약한 PC선의 척당 가격을 단순 계산하면 4798만 달러다. 지난 1월 척당 4526만 달러에 계약했을 당시 보다 선가가 또 오른 것이다. 

팬데믹 기저효과로 운임 지수가 오르고,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사실상 브레이크 없는 선가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선 높은 가격에 일감을 따내는 게 수익성에 유리하기 때문에 급할 게 없는 것이다.

특히 현대미포조선은 수주 목표를 달성하되, 마진까지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척당 2억 달러가 넘는 대형 LNG선을 제작할 수 없는 현대미포조선은 한국조선해양 계열사 가운데 수익성이 가장 낮다. 작년 4분기 649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286억원 손실을 냈다. 2분기 연속 적자를 낸 것은 현대미포조선이 유일했다.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중형 선박을 취급하는데다, 저가 수주 물량이 상당 부분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선종을 따지기 보다, 시장 여건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라며 "선가가 높고, 수익성이 보장되는지 따져보고 수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