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자산운용업계 '빅4'(삼성‧미래‧KB‧신한) 대열에 합류한 신한자산운용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대체투자 통합에 이어 보험 계열사의 자산까지 넘겨 받으며 AUM(운용자산) 110조 시대를 열었음에도 예년 수준의 실적을 남기는 데 그쳤다. 보험 자산에 해당하는 LDI(부채연계투자)가 대부분이 채권인 탓에 운용자산 증대분이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한 309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2억원에서 78억원으로 23.5% 줄었으며, 당기순이익은 75억원에서 49억원으로 34.7%의 감소세를 보였다. 신한자산운용이 큰 폭의 AUM 증대를 실현하고도 이에 부응하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지난해 1월 신한자산운용은 계열사였던 신한대체투자운용을 흡수합병하며 종합 자산운용사로서의 위상을 한층 강화했다. 이를 통해 대체투자(부동산‧특별‧혼합) 자산이 7조원 가량 증가하는 수혜를 봤다. 이어서 같은해 9월에는 보험 계열사인 신한라이프로부터 40조원 규모의 여유자금을 이관 받았다. 70조원 수준인 신한운용의 AUM이 단숨에 110조원으로 급증하게 된 배경이다.

AUM이 늘어나면 운용사의 주(主)수입원이 되는 수수료수익이 증가한다. 고유계정 투자에 따른 손익이 대동소이하다는 전제조건 하에서는 영업수익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신한자산운용은 2014년 이후 8년여 만에 '빅4'에 등극하고도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은 것이다.

AUM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도 실적이 되레 뒷걸음 친 건 인센티브에 해당하는 성과보수가 미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의 경우 특정 사모펀드에서 30억원 가량의 성과보수가 발생했다.

문제는 2021년 1분기와 비교했을 때도 실적 개선세를 보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 1분기 신한운용의 AUM은 71조원 수준으로 올해 1분기와 40조원 가량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2021년 1분기 신한자산운용의 영업수익은 290억원으로 올해 1분기와 엇비슷한 수준을 달성했다.

이는 신한자산운용이 신한라이프로부터 이관 받은 자산의 대부분이 채권에 해당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LDI라 불리는 보험 자산은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돼야 하는 까닭에 주식 보다는 채권에 투자된다. 실제 2021년 1분기 전체 AUM에서 42.2%를 차지하던 채권 자산(혼합형 포함)의 비중이 올해 1분기 54.5%로 증가했다.

하지만 운용사에게 채권형 펀드는 수익성이 낮은 상품군에 해당한다. 채권형 펀드의 운용보수는 40bp(1bp=0.01%포인트) 수준으로 60bp 정도인 주식형 펀드에 못 미쳐서다. 신한운용이 AUM 110조 시대를 열고도 이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를 내놓게 된 배경이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 처럼 사모펀드에서 성과보수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LDI 자산이 넘어오면서 회사의 AUM이 대폭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관된 자산의 대부분이 채권이기 때문에 실적과의 연관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