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 S23의 흥행을 잇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의 부활'이 절실하다. 아직 구체적으로 갤럭시 플래그십에 엑시노스 탑재 여부가 정해지지는 않았다. 올해 안으로 성능과 발열 문제를 해결한다면 갤럭시 S24 탑재가 유력하다.

엑시노스가 갤럭시에 탑재된다면 퀄컴과 가격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또한 MX(모바일경험)부문 수익성 측면에서도 도움이 돼'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엑시노스 성능 UP, 차기 갤럭시 탑재 유력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내년 초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4 일부 모델에 자체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2400을 탑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엑시노스 2400은 올 하반기에 양산될 예정이다. 시간이 남은 만큼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퀄컴과의 성능을 비교해 마지막까지 최적의 AP를 선택하겠다는 방침이다. 

권혁만 시스템 LSI 상무도 지난달 27일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갤럭시 시리즈의 모든 세그먼트에 적용 가능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사업 전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플래그십 재진입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권 상무 발언 이후 해외 주요 매체에서는 사실상 갤럭시S24 시리즈에 엑시노스 2400 칩셋 탑재가 거의 확실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와 퀄컴과 관계, 성능과 수율 등으로 인해 AP 전량을 엑시노스로 한꺼번에 전량 바꾸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갤럭시S24 기본 모델은 엑시노스2400, 갤럭시S24+·갤럭시S24울트라 모델은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를 장착할 가능성을 제기 중이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 S23 시리즈는 엑시노스 대신 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를 100% 탑재했다. 이는 전작인 갤럭시 S22에 적용된 엑시노스2200가 발열과 최적화 논란에 휩싸이면서 삼성에서도 최고경영진 차원에서 엑시노스 적용을 멈추기로 결단했기 때문이다.

◆ 원가 개선에도 유리, 퀄컴과 협상력 UP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개발은 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MX(모바일 경험) 사업부는 AP 매입 비용으로 9조3138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2021년(6조2116억원)과 비교해 약 50% 증가한 수치다. 1년 사이 AP 가격이 약 77% 폭등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서는 엑시노스가 사용되지 않으면서 퀄컴이 가격을 비싸게 불러 AP매입 비용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퀄컴과 가격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엑시노스 부활이 절실하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시스템 LSI사업부 요청으로 MX사업부 내에 'AP솔루션개발팀'을 신설했다.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칩셋을 최적화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AP 자체 성능도 중요하지만 성능만큼이나 모바일과 최적화도 중요한 만큼 칩셋 최적화를 극대화해 발열을 잡고 최고 스마트폰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된 모바일 AP를 직접 설계해 경쟁력을 높인 만큼 삼성전자도 최적화한 모바일 AP를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인력 충원에도 적극적이다. 애플 출신 반도체 설계 전문가 이종석 상무를 올 초 신규 영입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샹(리오토)의 인공지능(AI) 칩 연구책임자 지아오 양도 GPU 개발팀으로 영입했다. 그는 화웨이, 알리바바, 리샹 등 중국 주요 전기차·IT 업체에 재직하며 칩 개발 경험을 축적했다. 특히 AI 프로세서 '한광 800'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엑시노스 부활은 시스템 반도체 2030 달성을 목표로 한 이재용 회장의 '파운드리 신화'에 중요한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한다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했다. 엑시노스가 외연을 넓혀야 시스템 반도체 설계력과 초미세공정 생산능력을 외부 고객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한편, 권 상무는 엑시노스 수주 전략에 대해 "모바일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면서 "단기 전략으로 모바일 SOC(시스템온칩) 경쟁력 강화는 물론 전장향 SOC 등 비모바일 분야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장기 관점에서 변화하는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을 위한 시장 조사 및 비즈니스 적합성 검토 또한 꾸준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