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올해 1분기 LG전자가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냈다. 특히 거시경제(매크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도 4개 사업부가 모두 흑자를 달성했다.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중심으로 전장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잠정 영업실적이 1조4974억원으로 전년대비 22.9% 감소했다고 7일 공시했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1조1093억원)를 뛰어넘은 수치다. 같은 기간 잠정 매출은 20조417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에는 약 8000억원 상당의 일회성 특허 수익이 포함돼있었다. 이를 감안하면 사업 수익성은 오히려 10∼20% 좋아진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그간 사업구조, 오퍼레이션 방식을 바꿔 질적 성장을 꾀하고자 했던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전장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B2B 매출 비중이 늘고 있는 데다가 소비자직접판매(D2C) 영역에서도 의미 있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잠정 실적은 역대 1분기 실적 중에서 매출액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강도 높은 재고관리로 비용을 통제하고 유럽향 프리미엄 가전 침투율을 확대해 매출을 관리한 결과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 이후 물류비가 낮아지면서 비용 부담도 줄었다. 올해 전사 기준 물류비 관련 1조원 상당의 비용 절감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에 힘입어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HE사업본부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콘텐츠 사업인 '웹OS'의 성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을 넘어 플랫폼, 콘텐츠 위주의 비하드웨어(Non-HW)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가전제품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유럽향 B2B 시장에 집중, 시장 점유율 확대에 성공했다. 최근 유럽,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에너지 규제가 강해지고 있는 만큼 히트펌프 등 고효율 시장 확대를 꾀하는 전략을 취했다. BS사업본부도 흑자로 돌아섰다. 전반적인 전자기기 수요 부진은 여전하지만 새학기 시즌에 들어서며 전기대비 매출이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전장 부문을 도맡은 VS사업본부 성장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VS사업본부는 안정적인 수주 잔고를 기반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수익성이 높은 인포테인먼트(IVI) 제품을 중심으로 제품 믹스까지 개선했다. 파워트레인 합작사 LG마그나는 유럽 완성차 업체로 고객군을 다변화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인수한 전기차 충전업체 애플망고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LG전자는 우선 북미 급속 충전기 B2B 시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능형 충전관제 시스템으로 첫 발을 딛은 뒤 전력 변환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까지 제품군을 확대해 나간다는 게획이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 접어들면 가전, TV 수요 회복은 물론, VS사업본부의 비용 감소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견조한 이익을 달성할 것"이라며 "전장 수주 잔고 측면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