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고객 개인정보 유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LG유플러스가 마이데이터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수십년 동안 이용자 데이터를 취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개인화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개인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유의미한 정보를 가공한다는 점에서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도 존재한다. 이미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기업이라면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사고 수습에 한창인 LG유플러스가 보안 우려를 딛고 데이터 경제 시대를 이끄는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본인신용정보관리업 및 그 겸영업무·복수업무'를 추가하는 정관 변경안을 승인했다.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을 위한 일종의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곳에 흩어진 개인 데이터를 한 데 모아 통합적으로 관리·활용하는 것을 지칭한다. 개인이 동의하면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고객의 재무 현황, 소비 습관 등을 분석해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금융거래 정보에 기초한 자산 설계 등 금융상품 중개 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본인신용정보관리업으로 불리는 마이데이터는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이용내역 등 각종 금융 데이터의 주인을 기업이나 기관이 아닌 개인으로 정의하는 개념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1년 12월 시범 서비스를 거쳐 지난해 1월 5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은행, 보험 등 전통적인 금융회사는 물론 빅테크, 핀테크 등 다양한 기업들이 데이터 경제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고객 데이터 부자인 통신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LG유플러스뿐 아니라 SK텔레콤, KT 등 통신 3사가 이미 금융위원회로부터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획득하고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통신 빅데이터와 금융정보를 연계해 이용자가 그간 놓치고 있던 혜택을 돌려받을 수 있는 '머니Me(가칭)'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서비스로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한다는 계획이다. 빼어난 고객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의 플랫폼화를 추진하는 '유플러스 3.0'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올해 LG유플러스는 '통신을 넘어 일상의 즐거운 변화를 주도하는 디지털 혁신 기업'의 비전 달성을 위해 '빼어난' 고객 경험 혁신을 통한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본업인 통신 사업을 더욱 공고히 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을 이해하고 접점을 확대해 플랫폼 사업을 LG유플러스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마이데이터를 통해 데이터 경제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다. 개인정보 유출 등 데이터 보안 사고가 지속적으로 터지고 있다. 개인 데이터가 많이 모일수록 해킹 등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서다. 이 같은 보안 취약점을 노린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예방책이 요구된다.

사용자 편의가 향상돼도 대대적인 정보유출로 고객 신뢰를 잃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게다가 LG유플러스는 올해 초 디도스 공격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고객 신뢰에 치명상을 입은 상태다. 자칫 마이데이터 사업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유플러스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도전해 최근의 악재를 넘어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마이데이터 사업은 표준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사용이 의무화되면서 단순히 정보를 긁어오는 스크래핑 방식보다 보안 사고 위험이 적은 편"이라며 "다만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고객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언제든지 각종 사이버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보안 체계 구축 및 운영에 소홀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