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치료제(CP-COV03)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준비 중인 가운데, 보건당국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회사 측은 임상2상을 통해 코로나19 증상 개선 효과를 입증한 만큼 '승인' 가능성을 높게 점치지만, 전문가들은 확진자 감소 등으로 인한 '긴급성'이 떨어진 부분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 중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공개한 임상2상 결과를 토대로 보건당국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준비 중이다. 다만 구체적 신청 시기는 아직까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CP-COV03의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결정한 것은 기존 치료제 대비 '우월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이 공개한 임상2상 탑라인(topline) 결과를 살펴보면 1차 유효성 평가지표로 설정한 '코로나19의 12가지 증상이 개선된 이후 48시간 이상 유지되는 데 소요된 시간'을 4일이나 단축하며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요구하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시 1차 평가지표로 발열, 기침, 인후통, 두통 등 총 14개 증상을 평가하라'는 가이드라인을 거의 충족한 셈이다. 이를 두고 회사 측은 우월성을 입증하는데 성공했다고 자체 평가했다. 기존 코로나19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역시 사망률 감소 효과는 입증했지만 11개 증상을 대상으로 한 임상3상(EPIC-SR)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해당 임상의 P값이 0.0083으로 분석된 것도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통상 임상시험의 P값이 0.05 이하가 나와야 통계적 유의성이 있다고 평가하는데, 낮을수록 오류가 낮은 엄밀한 통계치라고 본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임상 탑라인 결과만 가지고) 기존 치료제와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12가지 증상 개선에 48시간 효과 유지, 낮은 P값으로 높은 신뢰도 입증 등 분명 타 치료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데이터"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하는 추세고, 기존 치료제의 재고도 충분히 남아있어 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예측하기 어렵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는 지난해 말 7~8만명 수준에서 최근 1만명 내외로 줄어들어든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가 엔데믹 선언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 데다, 국내 역시 확진자가 크게 감소했다"며 "보건당국이 '긴급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당국이 내부 논의를 통해 현대바이오에 조건부 허가신청을 요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도 '조건부 허가신청'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관계자는 "'긴급성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며 "코로나19 치료에 대한 니즈가 여전한 만큼 긴급사용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조건부 허가신청을 위한 대비도 같이하고 있다"며 "국내 허가 이후 미국 법인 및 파트너사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