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해 매출의 절반가량을 삼성전자 일감으로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리인상과 원자재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주택경기 하강에도 계열사 물량은 실적 방어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다만 계열사 일감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발주물량의 소진 일정에 따라 실적하락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삼성물산은 향후 하이테크와 고부가가치 사업영역을 넓혀 이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14일 삼성물산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주주인 삼성전자와 영업거래액은 7조1499억원에 달했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의 연매출인 14조5982억원의 48%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부분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사업장에서 매출이 발생한 것이다.

삼성물산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거래액은 최근 규모나 비중 면에서 모두 늘어나고 있다. 2020년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연매출은 11조7019억원이었는데, 이 중 삼성전자와 영업거래에서 나온 매출이 3조7307억원이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다. 

2021년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연매출 10조9889억원 중 삼성전자에서 발생한 영업거래액이 4조494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중은 36%로 1년 사이 비중이 5%포인트 늘었다. 지난해에는 비중이 전체의 절반까지 근접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투자액이 증가한 것과 더불어 삼성물산 역시 하이테크 사업 비중을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는 평택 제4공장(P4)의 준공이 한창이지만 곧 제5공장(P5) 착공에도 돌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향후 비주택 영역인 플랜트와 토목 등 하이테크와 신산업 영역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역시 해외 플랜트 전문가 출신으로 이러한 경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대형 건설사들이 주택 건축 부문에 매출 비중이 높은 것과는 반대로 삼성물산은 플랜트와 토목 등 비주택 영역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삼성물산의 수주현황을 살펴보면 도급 총액은 83조3006억원이었으며 이 중 비주택이 75조2622억원, 주택이 8조383억원으로 조사됐다. 주택사업이 전체 도급액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비주택 부문에서도 삼성전자의 평택공장 도급액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주요 사업장의 도급액을 살펴보면 평택 3공장 신축공사 4조6701억원, 평택 4공장 신축공사 2조1676억원이다. 해외사업장은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가 발주한 초고압직류송전(HVDC)망 구축 프로젝트(3조27억원), 미국 테일러(Taylor) 공장 신축공사(2조4716억원)의 규모가 컸다.

주택부문은 지난해 도시정비 수주를 따낸 사업장이 2곳뿐이다. 반포주공1단지(3주구) 조합(8084억원)과 방배6구역 재건축 조합(3696억원)이다. 반포주공1단지 사업장은 최근 착공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해 하이테크 사업장의 조기 발주로 올해는 일감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해외의 대형 프로젝트와 태양광‧수소‧모듈러 등 신사업 관련 수주로 실적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