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 마이닝' 논란에도...거래소는 늘어난다
거래량 만으로 수익 얻을 수 있어, 모호한 규정 탓 우후죽순 늘어

‘시장의 물을 흐리고 있다’, ‘사실상 폰지와 다름없다’


[딜사이트 공도윤 기자] 일명 '트레이딩 마이닝'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내외 거래소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


트레이딩 마이닝 거래소(Trading Mining Exchange)는 투자자가 암호화폐를 거래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 중 일부를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토큰으로 이용자에게 환급해 주는 방식을 채택한 거래소를 의미하는 말이다. 지난 5월 출범한 중국 거래소 에프코인이 시초다.


올해부터 원화 입출금이 막히자 국내 거래소들도 트레이딩 마이닝 전략을 도입하면서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에프코인을 필두로 코인베네, 비트지, BKEX, 바이텍스, 코인제스트, 보랏빛, 데이빗, 체인비, 비트소닉, 넥시빗, 오케이엑스, 바이넥스, 마이닉스 등의 국내외 거래소들이 트레이딩 마이닝 거래 방식을 채택하거나 거래소 오픈을 위한 이용자 모집에 나서고 있다.


에프코인 등장 당시 전문가들은 ‘거래소가 코인을 지급하는 것은 (발행량이 정해져 있어) 구조적으로 장기간 유지될 수 없다’며 트레이딩 마이닝 거래소 등장에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프코인은 트레이딩 마이닝 거래로 설립 후 두달도 안돼 글로벌 대형 거래소를 제치고 거래량 1위에 올랐다.


◆ 거래량 늘리다 보니, 자동거래·자전거래 높아
하지만 곧 에프코인의 자체 토큰 에프티(자체 토큰)는 변형된 다단계 판매 모델(폰지)이라는 비판 속에 폭등과 폭락을 연출하며 피해자를 양산, 결국 지난 8월 에프티의 발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트레이드 마이닝 거래소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거래량의 의존도가 높은 수익 구조’ 때문이다. 토큰 가치 상승을 위해 과도한 거래를 유발하며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트레이드 마이닝 거래소는 토큰 거래량을 늘리려 경쟁적으로 코인을 많이 상장시킨다. 거래를 일으키기 위해 자동거래 봇을 붙여주고, 기여도가 높은 참여자에게 추가 토큰 발행 등 보상을 높인다. 의도적으로 자신이 팔고 되사는 자전거래도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거래량 암호화폐 순위를 발표하는 코인마켓캡이나 코인힐스는 자전거래를 제외한 조정거래량으로 거래소를 평가하는데, 일부 거래소의 거래량 순위가 크게 차이를 보이거나 아예 순위자체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제시하는 배당도 논란의 대상이다. 정해진 만큼의 거래소 토큰 발행이 끝나면 거래소에 남을 유인이 없어 배당을 주고, 또 토큰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점점 배당 비율을 높이면 다시 토큰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배당 지급의 경우, ‘증권형 토큰’의 성격으로 분류될 경우 규제망에 걸릴 수도 있다. 거래소 수수료 수익의 일정 부분을 배분 받으면 주식과 같은 증권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투자상품으로서 투자계약증권에 해당될 소지가 있어 거래소는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업자로 인가를 받아야 할 수 있다. 또 거래소 출범 전 사전 자금 모집을 통해 투자금을 받고 토큰 발행을 약속하는데 이는 ICO(암호화폐공개)에 해당돼 국내에 소재지를 둔 거래소라면 사실상 불법이다.


법무법인 에이원은 빗썸, 코인제스트, 캐셔레스트, 코인빗이 속칭 가두리 폄핑(암호화폐 입출금을 임의로 차단해 변동성을 키우는 것을 의미)과 배당토큰 발행 등으로 시장 건전성을 훼손했다며 이에 대해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소송을 준비 중이다.


또 신규 오픈을 앞둔 거래소들은 기존 마이닝 거래소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해 신뢰성과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자전 거래를 제한하고, 토큰 가격이 폭등폭락하지 않게 일정 범위에서 가격이 움직일 수 있는 통제 장치를 두거나, 자체 토큰 지급 외에 다른 코인이나 토큰을 배당으로 지급하는 방식 등 보완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 규제 마련 전 오픈 서두르는 거래소 늘어
하지만 여전히 ‘트레이딩 마이닝’ 운영 시스템이 가지는 근원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충고다.


업계 관계자는 “트레이드 마이닝 거래소가 돈이 된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깔려있어, 규제가 생기기 전에 거래소 오픈을 서둘러야 한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거래소가 늘자, 의도적으로 자전거래로 거래량을 늘리며 거래소를 옮겨다니는 전문 트레이더 집단도 늘고 있다. 이들은 트레이딩 마이닝 방식을 통해 획득한 자체 토큰의 가격이 고점을 찍으면 물량을 털어버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떠안으면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들 트레이더 집단은 주로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통해 오픈을 준비 중인 거래소 정보를 공유한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 퓨어빗이 약 37억원 규모의 이더리움(ETH)을 모집한 뒤 잠적한 사건이 발생하며 또 트레이딩 마이닝 거래소의 위험이 수면 위에 올라왔지만 정부는 아직 규제안 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많은 기업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일부 비도덕적인 기업들이 시장 전체를 흐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일은 막아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빠르게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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