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각, 초록마을 지분 전량 매각 왜
중간 단계 회사 만들어 지분 통 매도…지배력은 유지
신규 투자자 엑시트 위한 안전장치 마련 관측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0일 17시 1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딜사이트


[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정육각이 올해 3월 초록마을 지분 전량을 초록마을이에스지에 매각했다. 이어 정육각은 매도금액 일부를 초록마을이에스지의 지분으로 출자전환하며 이 회사 최대주주에 올랐다. 시장에선 정육각이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함과 동시에 초록마을에스지를 통해 실질적인 지배력은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정육각과 초록마을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자 손해를 염려한 신규 투자자들의 최소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측면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육각은 2022년 4월 대상㈜으로부터 초록마을 지분 99.57%(292만7419주)를 876억원에 인수했다. 축산물에 치중된 사업 분야를 농식품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초록마을이 보유한 전국 380여개 매장을 거점으로 활용하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플랫폼 강자로 거듭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인수 당시 순자산가치가 311억원에 불과했던 초록마을을 564억원(영업권)의 웃돈을 얹어 품에 안았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양사의 시너지는 발휘되지 않았다. 실제 초록마을의 개별기준 매출액은 2021년 2022억원에서 2022년 1909억원, 2023년 1788억원 순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아울러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41억원→83억원→86억원으로 적자가 확대됐다. 정육각 역시 이 기간 개별기준 매출액은 ▲2021년 401억원 ▲2022년 415억원 ▲2023년 282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적자는 251억원→282억원→68억원으로 줄곧 손실만 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육각은 2022년 초록마을의 영업권 가운데 358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했다. 아울러 장부가액에 2022년과 2023년 각각 79억원, 180억원의 지분법손실을 반영했다. 그 결과 867억원을 주고 산 초록마을의 가치는 지난해 말 256억원(장부가액)으로 내려 앉았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정육각이 올해 3월 초록마을 보유 지분 전량을 초록이에스지에 매각했다는 점이다. 또한 정육각은 매각대금 가운데 일부를 출자전환하여 초록이에스지의 보통주 20만5000주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지분율 68.3%)에 올랐다. 이를 통해 '정육각→초록마을'의 지배구조가 '정육각→초록이에스지→초록마을'로 변경됐음에도 실질적인 지배력은 유지했다. 초록이에스지는 2023년 10월에 설립된 회사며 대표이사는 정육각과 초록마을의 수장인 김재연 대표가 겸직하고 있다. 본점 소재지는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일대로 정육각과 동일하다.


초록이에스지의 자본금은 3000만원으로 정육각이 보유한 보통주(20만5000주) 외에 상환전환우선주(RCPS) 9만5000주로 이뤄져 있다. 이를 고려하면 정육각은 초록마을 지분 매각을 통해 초록이에스지에 투입된 자금을 간접적으로 확보했던 셈이다. 또한 통상적으로 비상장사는 RCPS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공교롭게도 정육각이 NH투자증권,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로부터 약 100억원의 투자 유치를 받았다고 밝혔던 시기와 맞물린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정육각이 신규 투자유치를 위해 투자자들에게 안전장치를 마련해줬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시장 한 관계자는 "정육각이 시리즈D까지 받은 상황이기에 신규투자자들이 정육각에 직접 투자했다면 기존 FI와 이해관계를 정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며 "향후 초록마을의 실적이 우상향 한다면 많은 지분을 확보해 놓는 것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악의 경우 초록마을이 가지고 있는 자산 가운데 사용권자산(건물) 및 무형자산(임대보증금)으로 신규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보전하기 위해 중간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육각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시 이외에는 내용 확인이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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