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NH증권의 '쿠팡 전략' 시험대
수수료 낮추기 전략, 1Q DCM 1위 수성…점유율 확대 지속성 주목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2일 08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챗GPT)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올해 1분기가 막을 내렸다. 한국 역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형사 기소되고, 예측불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으며, 대형마트 톱(TOP)3에 속했던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산불과 싱크홀이, 해외에서는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며 많은 이들의 목숨이 희생됐다. 


불행 중 다행일까. 1분기 회사채 시장은 이 같은 불안한 정세와 달리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의 투자 수요가 안전자산인 채권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연내 몇 차례 예고된 금리인하 이슈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위한 계획을 회사채 발행으로 변경하기 시작하며 올해 1분기 회사채 발행량은 29조697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25조8760억원 보다 14.8% 증가한 수치다.


이렇게 대규모 회사채가 시장에 쏟아지면서 증권사들도 덩달아 정신없는 1분기를 보냈다. 올해 들어 투자은행(IB)에 힘을 실은 증권사들이 늘어난 만큼, 높은 주관 실적을 확보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1분기 회사채 시장에서 가장 많은 주관 실적을 쌓은 증권사는 다름 아닌 NH투자증권이었다. 오랜 기간 DCM(부채자본시장) 강자로 군림해 온 KB증권을 제치고 선두에 섰다 보니, 이 성과는 더욱 값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규모 SK그룹 딜을 따내고, 다수의 기업 회사채를 단독 주관했던 것이 승리의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양사의 실적을 비교해 보면 그 격차 또한 명확했다. 딜사이트가 집계한 1분기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6조1240억원 규모의 대표주관 실적을 기록한 반면, KB증권은 5조1373억원에 그쳤다. 1조원가량 격차를 벌린 것이다. 통상 1분기는 연초 효과로 딜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로, 이 시점에 좋은 성과를 거두면 연말까지 높은 순위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이 같은 측면에서 NH투자증권의 이번 성과는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이번 실적을 견인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으로 바로 낮은 수수료 전략이 꼽힌다. 실제 2위 KB증권 보다 1조원가량의 실적을 더 쌓았음에도 수수료는 약 1400만원 낮기 때문이다. '저수수료' 전략을 단행해 대규모 회사채 주관 지위를 따낸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사실 업계에서는 수수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동종업계의 불만도 컸다. 그럼에도 NH투자증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낮은 수수료 기조를 유지했다. 시장 점유율 확대가 우선이라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이번 1분기 실적을 보면 그 전략이 어느 정도 통했다는 것을 방증한 모습이다.


이러한 행보는 유통업계의 '쿠팡'을 연상케 한다. 쿠팡은 출혈 경쟁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료 배송과 낮은 가격을 내세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 덤핑 전략을 펼친 결과 쿠팡은 유통업계의 절대 강자로 자리 잡았다. NH투자증권 역시 쿠팡처럼 낮은 수수료로 고객을 끌어모아 결국 DCM 업계 1위로 도약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증권업은 본질적으로 단순히 가격 경쟁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시장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수수료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업들이 증권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신뢰와 전문성을 꼽기 때문이다. 얼마나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 얼마나 발행 시점을 최적화해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이 더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NH투자증권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안, 경쟁사들은 단순히 가격 인하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고도화된 딜 구조 설계, 수요예측 역량 강화, 사후 관리 서비스 차별화 등을 통해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시장에서의 평판과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단순한 수수료 낮추기 전략은 장기적인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NH투자증권이 '증권계의 쿠팡'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무리한 점유율 욕심이 부메랑이 돼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지는 이제부터가 중요한 시험대다. 업계의 시선이 NH투자증권에 집중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기자수첩 1,001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