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시대 6년]
마지막 과제…'산업은행 이탈' 리스크 해소
③한진칼 지분율 10.6%, 엑시트 불가피…조 회장, 지배력 강화 차원 떠안을 수도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0일 07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4일 서울시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창립 55주년'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한진그룹)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마무리되면서 지주사 한진칼 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점과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원론적으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시킨 데다, 아시아나항공도 채권단 부채를 모두 상환한 만큼 당장 한진칼 지분을 털어내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입장에서는 잠재적 우군으로 분류되던 산업은행이 엑시트한 이후의 상황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외부 세력에 의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우호 지분 자체가 빈약해진다는 이유에서다.


◆ 조 회장 측 지분 미미, 지배력 '이상무'…'우호세력' 델타·산업은행 덕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 제외)와 특수관계자의 한진칼 보통주 지분율은 19.95%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5.78%를 들고 있으며 ▲조현민 ㈜한진 사장 5.73%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2.09% ▲정석인하학원 1.9% ▲일우재단 0.14% ▲대한항공 사우회 1.09% 등이다.


액면 상 조 회장의 한진그룹 지배력은 견고하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통상 재계에서 최대주주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한다고 판단하는 지분율이 30% 이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회장은 든든한 백기사를 섭외해 둔 상태다. 먼저 미국 항공사인 델타항공을 꼽을 수 있다.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JV)를 맺을 만큼 돈독한 관계인 델타항공은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2019년부터 주요 주주로 등판했다. 항공업계에서의 JV가 '결혼', '혈맹'에 비유된다는 점에서 델타항공의 주식 매입은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돕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다. 더군다나 사업적 협력 관계인 대한항공이 아닌, 지주사 한진칼 주식을 샀다는 점은 설득력을 높였다.


한진칼 지분구조. (그래픽=신규섭 기자)

산업은행은 2020년 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 주식을 취득하며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산업은행은 한진칼이 단행한 5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했을 뿐 아니라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하며 총 8000억원을 지원했다. 그 결과 산업은행은 한진칼 지분 10.6%를 보유한 4대주주가 됐다. EB는 한진칼이 소유한 대한항공 주식 1448만1560주를 교환 대상으로 한다. 


조 회장은 델타항공과 산업은행 측의 한진칼 지분을 모두 포함해 총 45.61%의 우호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A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감시하는 목적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으나, 조 회장과 공동보유합의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조 회장 편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산업은행, 아시아나항공 M&A 완료에 정책자금 전액 회수


시장에서는 산업은행이 언제 엑시트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아시아나항공의 한진그룹사 편입과 정책자금 회수 등 소기의 감시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미국을 마지막으로 각국 기업결합 심사가 종료된 데 따라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 지분율 63.8%의 공식적인 최대주주가 됐다.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정부에서 빌린 3조6000억원의 정책자금을 전액 상환한 점도 있다. 그동안 시달려온 국민 혈세 낭비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과 매각을 전제조건으로 1조6000억원의 금융지원 약정을 맺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한 이후에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1조7000억원을 공급받았다. 여기에 더해 기간산업안정기금 3000억원을 추가로 받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자체 상환을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며 각고의 노력을 펼쳤고, 2023년까지 총 1조1200억원을 갚았다. 지난해 말에는 대한항공으로부터 유입된 신주 대금을 활용해 1조1000억원을 더 상환했으며, 올해 2월 잔여 1조3800억원까지 모두 털어냈다.


아시아나항공 A350. (제공=아시아나항공)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산업은행이 유상증자로 취득한 한진칼 주당 단가보다 현 시세가 높아 원금 회수 뿐 아니라 시세차익까지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8일 종가 기준 한진칼 주가는 7만7300원인데, 산업은행의 신주 발행가액인 주당 7만800원보다 9% 넘게 상승했다. 단순 계산으로 산업은행이 현재 보유한 한진칼 주식을 매각한다고 가정할 때 투입 현금보다 459억원 가량 비싼 5459억원으로 매도 가능하다.


배당 수익도 있다. 한진칼은 2022년부터 결산 배당을 실시하고 있는데, 보통주 기준 ▲2022년 170원 ▲2023년 300원 ▲2024년 360원씩 지급했다. 이 기간 산업은행이 수령한 누적 배당금은 총 59억원이다.


◆ 산업은행 지분 10.36%, 조 회장 취득이나 새 백기사 섭외 관측


우려스러운 대목은 산업은행이 엑시트한 이후 조 회장 지지 세력이 위축된다는 점이다. 조 회장 특수관계자와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총합은 34.85%로 줄어들게 된다. 통상적인 수준으로는 지배력에 큰 변화는 없지만, 호반건설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호반건설은 2022년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엑시트할 당시 해당 한진칼 물량을 전량 인수했다. 2023년 하림그룹 계열 팬오션으로 5.85%를 매도했지만, 10개월여 만에 되사오기도 했다. 호반건설 지분율은 조 회장 측과 약 2%포인트(p)에 불과하다. 시가 기준 1032억원을 투입하면 조 회장 측과의 지분 격차를 없애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 회장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물량을 직접 사오거나, 제3의 백기사를 섭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긍정적인 요인은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의 상속 재산에 대한 연부연납이 지난해 만료되면서 현금 사정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 회장은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매년 112억원 가량의 세금을 납부해 온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더해 한진칼과 대한항공 등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자회사 호실적에 따른 배당 확대 등으로 현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비주력 계열사 지분 매각도 가능하다. 


한국산업은행 전경. (제공=산업은행)

시장에서는 산업은행이 당장 엑시트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완전 합병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더러,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출범 등 여전히 관리·감독의 필요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애초 한진칼과 산업은행이 체결한 계약 조건에 'PMI 이행 책임' 등이 담겨 있는 만큼 화학적 결합 과정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이 비효율적인 이사회 규모를 줄이지 않는 이유도 산업은행의 경영 개입이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진칼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8명 총 11명이다. 한진칼에 근무하는 직원(미등기임원 포함)이 총 25명이라는 점에서 과도한 구성이라 할 수 있지만, 이는 산업은행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 및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해야 한다는 계약 조건에 따른 것이다. 산업은행의 엑시트 시점은 한진칼 사외이사 변동 내역으로 유추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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