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 톺아보기창업주·사모펀드 6년째 '불편한 동거'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하나투어 최대주주에 오른지 올해로 6년차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IMM PE가 온전하게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투어 창업주인 박상환 회장(사진)이 여전히 이사회 멤버로 경영에 개입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IMM PE가 하나투어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설 때까지 박 회장과의 공동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양측이 맺은 주주 간 계약에 따라 독단적인 지분 확대나 처분이 불가능한 데다, IMM PE가 이번 매각 대상에 박 회장 보유 지분까지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 IMM PE, 유증으로 최대주주…창업주 측과 지분차 5%대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나투어 이사회는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4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 총 12명으로 구성됐다. 이 회사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 규모는 3인 이상으로 꾸리면 되며, 이사 수와 관련한 별도의 상한선은 없다.
하나투어가 비대한 이사회를 운영하는 주된 요인으로는 IMM PE가 꼽힌다. 앞서 박 회장은 하나투어가 잇따른 신사업 부진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자 경영권을 포기했다. 하지만 하나투어의 경우 창립 멤버들의 지분율이 취약한 터라 경영권을 매각하기에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예컨대 하나투어는 박 회장을 비롯해 권희석 현 수석부회장과 최현석 전 부회장 3인이 주축이 돼 회사를 이끌어 왔다. 하나투어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2000년 기준 해당 3인의 하나투어 지분율은 ▲박 회장 10.9% ▲권 수석부회장 8.4% ▲최 전 부회장 7.2% 총 26.5%였다. 특정인이 절대적인 지배력을 구축하지 못한 것이다.
하나투어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 이전 상장한 2011년에는 3인의 총 지분율이 18.5%로 오히려 하락하기도 했다. 특히 최 전 부회장이 2017년 퇴임하면서 사실상 하나투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14%대까지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회장은 특수관계자 지분을 통째 매각하는 대신, 제3자배정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회사에 유입되는 현금을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할 수 있을뿐더러, 박 회장 자신 역시 지분율이 소폭 줄겠지만 주요 주주로 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IMM PE 입장에서도 큰 돈 들이지 않고 국내 1위 여행사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였다. 통상 인수합병(M&A)은 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주식에 경영권 프리미엄(20~30%)의 할증이 붙는다.
그 결과 현재 하나투어 최대주주는 하모니아1호(16.7%)이며, 박 회장은 6.5%를 보유한 2대주주 지위를 유지 중이다. 하모니아1호는 IMM PE 산하 특수목적법인이다. 아울러 권 수석부회장은 4.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IMM PE와 박 회장·권 수석부회장의 지분 격차는 5.7%포인트(p)다.
◆ 상호 견제 위한 이사회 구성·주식 처분 등 계약 맺어
주목할 대목은 박 회장이 IMM PE와 맺은 주주 간 계약이다. 박 회장과 권 수석부회장, 하모니아1호가 맺은 계약 내용에는 ▲이사회 구성 ▲주식 취득 및 처분에 대한 제약 등이 골자다. 3자가 상호협력 관계를 다진다는 의미도 있지만, 상대방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내포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IMM PE가 하나투어 최대주주가 되기 직전인 2019년 말 기준 이사회 규모는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3인 등 총 6인이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0년 이 회사 이사회는 총 12명으로 2배 늘어났다. 기존 이사진에 더해 IMM PE 측 기타비상무이사 3인과 IMM PE가 발탁한 송 대표, 신임 사외이사까지 대거 선임한 영향이다.

세부적으로 하나투어 사내이사는 ▲박 회장 ▲권 수석부회장 ▲송미선 대표이사 사장 ▲류창호 공급본부 총괄 전무 ▲김창훈 상품기획본부 총괄 상무이며, 사외이사는 ▲송인준 IMM홀딩스 대표이사 ▲김영호 IMM PE 투자본부 수석 부사장 ▲박찬우 IMM크레딧앤솔루션 대표이사 3인이다. 아울러 사외이사는 ▲한상만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 ▲김문현 한국외대 GBT학부 교수 ▲유혜련 태성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장인환 법무법인 바른 상임고문이다.
이에 하나투어 측은 박 회장이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박 회장이 직위만 유지 중이며,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고 있다"며 "2023년부터 송 대표 단독 경영 체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회장의 지난해 이사회 출석률이 100%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더군다나 회사 주장처럼 박 회장이 상징적인 지위만 가지고 있다면, 굳이 이사회 구성원으로 남을 필요성이 크지 않다. 경영과 무관하다는 박 회장의 의사결정 행위 역시 단순 거수기에 그친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매각가 높이려면 동반 엑시트 유리…박 회장, 단순 '상징성' 분석도
업계에서는 박 회장과 IMM PE의 동거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IMM PE가 엑시트 대상에 박 회장과 권 수석부회장 보유 지분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이는 성공적인 엑시트를 염두에 둔 사전작업으로 풀이된다.
IMM PE의 하나투어 지분율이 17%를 하회하는 만큼 매력도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공동 계약을 체결한 창립멤버 지분까지 더하면 약 27.7%로 늘어난다. 특히 공동 매각이 단독 매각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협상하는데 유리할 것이라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보여 진다.
박 회장의 경우 오너 2세 경영 승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박 회장은 하나투어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자녀들이 지분을 모두 정리하고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박 회장 장남인 박민재 씨는 한 때 하나투어 주식을 1000주 넘게 들고 있었지만, 지난해 2분기 들고 있던 잔여 지분 전량을 매도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투어는 대주주 변경 이후 주요 경영진이 단체로 회사를 떠나는 등 IMM PE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며 "박 회장이 형식적으로나마 경영에 참여하는 이유는 내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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