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저신용자"…저축銀, 소액신용대출 '미미'
상상인·DB저축銀, 0.1% 미만...2% 이상 신한저축銀 '유일'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4일 07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국내 20대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비중이 전체 여신의 1%를 겨우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 이상의 비중을 기록한 곳은 신한저축은행이 유일하다. 반면 상상인·DB저축은행 등의 경우 0.1%에도 못 미치는 소액신용대출 비중을 보여 '서민금고'라는 칭호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자산 규모 상위 20개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잔액 규모는 8372억원으로, 전년 동기 7358억원 대비 13.8%(1014억원) 증가했다.


서민들이 주로 쓰는 저축은행 소액신용대출은 300만원 이하의 신용대출을 말한다. 금리가 법정 최고인 20%에 가까울 정도로 높지만 신청 당일 바로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저소득층 등이 주로 사용한다. 때문에 취약 차주에 대한 대출 활성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저축은행 가운데 소액신용대출 잔액 규모가 가장 큰 곳은 OK저축은행이다. OK저축은행은 지난 분기말까지 전년 대비 12.8%(247억원) 증가한 2178억원의 소액신용대출을 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SBI저축은행이 1954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은 대출액을 기록했다.


이밖에 ▲웰컴저축은행(735억원) ▲다올저축은행(681억원) ▲신한저축은행(597억원) ▲KB저축은행(438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346억원) ▲페퍼저축은행(304억원) ▲NH저축은행(297억원) 등이 200억원 이상의 소액신용대출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잔액 규모 증가에도 비중 여전히 낮아...'서민금고' 칭호 무색


저축은행 업권 전반에서 소액신용대출 취급 잔액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OK저축은행을 비롯해 SBI저축은행, 다올저축은행, 신한저축은행, KB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NH저축은행 등은 잔액 규모가 1년 새 최소 150억원 이상 크게 늘어난 모습을 나타냈다.


이중 소액신용대출 잔액 규모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신한저축은행으로 1년 만에 279억원(87.7%)이 늘었다. 신한저축은행의 경우 총여신 대비 소액신용대출 비중이 2.08%를 기록해 유일하게 2%를 넘겼다.


OK저축은행의 경우 소액신용대출 비중이 1.85%로 저축은행 중 두 번째로 높았다. OK저축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등을 이유로 대출을 중단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서민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몇몇 저축은행은 오히려 취약 차주에 대한 대출을 옥죄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저축은행 중 소액신용대출 취급액 3위인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전년 대비 25.7%(254억원)나 대출 규모를 줄였다. 웰컴저축은행은 매년 잔액 규모를 꾸준히 줄여왔다. 2018년 말 1549억원 대비 절반 이상 잔액 규모가 감소했다.


이밖에 소액신용대출 잔액 규모 7위 한국투자저축은행과 하나, 애큐온, OSB저축은행 등도 소액신용대출 잔액 규모를 크게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저축은행의 총여신 대비 소액신용대출 비중은 대부분 1%대를 밑도는 모습이다. 특히 상상인저축은행과 DB저축은행의 경우에는 소액신용대출 비중이 0.1%에도 미치지 못해 서민금고 칭호를 무색하게 했다.



◆연체율 상승·수익성 하락 등 원인...금융당국, 취약·연체 차주 지원 강화


일부 저축은행들이 소액신용대출 규모와 여신 대비 비중을 축소한 배경은 지속적인 연체율 상승 탓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소액신용대출 규모를 크게 줄였음에도 연체율은 6.7%에서 8.2%로 1.5%p(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저축은행들이 소액신용대출에 이미 법정 최고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때문에 기준금리가 올라 조달금리가 인상돼도 소액신용대출의 금리를 올릴 여력이 없어 수익성 측면에서 손해일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향후 소액신용대출이 연체액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저축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규모를 더욱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취약 차주 대출자산에 대한 부실 우려가 확대되고, 그에 따른 연체액이 증가하면서 금융사들이 소액신용대출 취급액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이 소액신용대출 취급을 축소함에 따라 서민‧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액신용대출은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저소득층 등이 주로 사용하는 만큼, 이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최근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권과 함께 취약·연체 차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저축은행중앙회와 각 저축은행에 '금융재기지원 종합상담센터 및 상담반'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취약·연체차주에 대한 채무조정 활성화를 지원하고 종합 금융 지원정보 제공한다. 또한 채무조정 활성화를 위한 임직원 면책제도 도입, 채무조정심의위원회 운영기준 마련 등 관련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무조정 활성화를 통해 차주의 대출 연체를 사전에 방지하고 조기 정상화를 지원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저축은행의 건전성 제고와 서민들에 대한 신규 금융지원 여력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축은행 업권의 채무조정 업무가 원활히 정착될 수 있도록 저축은행 임직원에 대한 포상 실시 등 성과 우수 저축은행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도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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