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묵은 규제는 수술대로
해외 OTT 규제 구멍에 기본 의무마저 허술…산업 환경 변화 반영해야
이 기사는 2024년 04월 30일 09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픽사베이)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대대적인 육성 정책에도 해묵은 규제에 발목을 잡히는 산업이 있다. 스포츠·예능·드라마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다양한 콘텐츠로 일상의 휴식과 재미를 책임지는 OTT 얘기다.


OTT 산업은 최근 TV·콘텐츠 산업이 글로벌 단위로 일원화됨에 따라 국가전략산업으로까지 대두되면서 주요 범주로 편입되고 있다. 하지만 막상 국내 OTT 사업자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면 팍팍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티빙을 제외하곤 웨이브·왓챠 모두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수백억원에서 천억원대를 넘나드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같은 기간 8233억원의 매출과 1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와 큰 격차를 보인다.


성장과 직결되는 콘텐츠 투자 규모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국내 OTT는 연간 1000억원대의 콘텐츠 지출을 이어가는 반면, 넷플릭스는 향후 4년간 3조원대에 이르는 투자를 집행한다. 황새를 따라갈 수 없는 짧은 다리를 가진 뱁새의 모습이다.


뱁새인 국내 OTT가 황새인 넷플릭스를  쫓아가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역차별 때문이다. 지난해 넷플릭스한국법인이 지출한 법인세는 36억원으로, 매출(8233억원)의 0.4% 수준에 불과하다. 3264억원의 매출을 낸 티빙의 법인세(28억원)와 큰 차이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구조적 역차별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역차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부는 최근 전반적인 가계비 경감을 목표로 국내 OTT 업계에 요금 인하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규제 틀 안에 있는 국내 OTT 업체에게만 요금 부담을 전가하는 격이라며 역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넷플릭스 등 해외 업체를 포괄하는 명확한 규제가 부재하다는 까닭에서다.


예를 들어 정부가 해외 기업에게 과세하려면 해당 기업이 국내에 위치한 고정 사업장에서 매출을 일으켜야 한다. 하지만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주요 수입을 세율 혜택이 높은 국가에 위치한 법인 매출로 신고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를 악용한다. 법인세 등 기본 의무가 상대적으로 허술하게 이행되는 까닭이다.


물론 이제껏 정책적 지원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동안 세액공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책이 발표됐지만, 규제에 강제성이 있는 국내 OTT사를 대상으로 의무가 치중되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국내 기업으로선 글로벌을 무대로 활동하는 넷플릭스와 극히 한정된 사업·영업환경 안에서 맞서야 하는 셈이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 규제를 완화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기업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데,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도 어렵다면 국내 OTT 지원을 한층 강화해야 하지만, 수년째 이어지는 업계 목소리와 공감대에도 여전히 이렇다 할 진척은 없다"며 "결국 입법 권한을 가진 정계에서 관심을 갖느냐 안갖느냐에 따라 개선에 속도가 붙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이처럼 시대와 산업은 눈 깜짝할 새 변했지만 해묵은 규제는 여전히 수십년 전에 멈춰있다. 지상파 방송 도입 이래 수시로 바뀌어 온 환경을 고려치 않고 규제 범위만 늘려온 당국에 유감을 표한다. 최근 국내 OTT의 부진을 단순히 투자 부족과 킬러 콘텐츠 부재 탓으로 돌리려 하는 일부 여론도 그저 무심하기만 하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도 OTT라는 신흥 산업을 보다 합리적인 규제 범위에 넣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국내 OTT와 글로벌 OTT를 보다 동등하게 규제할 수 있는 새로운 체계와 법제가 구축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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