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M깜짝 2위 도약한 신한투자증권…비결은 SK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신한투자증권이 올해 2분기 DCM(부채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서 예상하지 못한 2위에 오르며 명가의 존재감을 다시 각인시켰다. KB증권이나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으로 굳어진 DCM 3강 체제에 균열을 냈다는 평가다. SK그룹 계열사 거래를 확보하고, 메리츠금융지주 거래를 단독 주관한 성과가 실적반등의 두 축인 것으로 분석됐다.
7일 '딜사이트 상반기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에 총 2조4067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주관하며 리그테이블 2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집계는 올해 상반기 내 수요 예측을 거쳐 발행을 완료한 일반 회사채(선순위·후순위) 기준으로 이뤄졌다. 후후순위(신종자본증권) 채권이나 자산유동화증권(ABS), 수요예측을 진행하지 않는 금융채·특수채 등은 제외한 결과다.
이번 성과를 일회성 반짝 실적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신한은 이미 지난해 3분기 1조6295억원 규모를 수임하며 일시적으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시장에선 이제 신한이 '3강 체제'를 위협하는 동시에 최상위권 구도를 흔들기 시작한 변수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번 2분기 실적을 견인한 건 단연 SK그룹사 딜이었다. 2분기 중 SK그룹은 총 2조4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 가운데 신한이 수임한 물량은 5333억원에 달했다. 같은 딜에서 한국투자증권(420억원), NH투자증권(820억원)이 기록한 실적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SK그룹 수임 실적이 순위를 갈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같은 딜에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각각 420억원, 820억원에 그쳐 격차가 컸다. 이에 SK그룹 딜이 신한의 순위 상승을 이끈 결정적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SK그룹은 전통적으로 주관사단을 소수로 꾸리는 만큼 한 번 선정되면 상대적으로 큰 실적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 신한의 순위 상승에 결정적 동력이 된 셈이다.
단독 주관 실적도 힘을 더했다. 신한은 2800억원 규모의 메리츠금융지주 채권을 단독으로 주관했다. 2022년부터 꾸준히 공동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리며 관계를 쌓아온 끝에 3년 만에 단독 주관으로 이어진 사례다. 단독 주관 자체가 드문 요즘 시장 분위기 속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화 딜이다. 신한은 지난해 2월, 한화그룹 채권 발행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기재 오류로 거래가 무산되며 주관 이력 단절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2분기만 놓고 봐도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제외한 한화시스템, 한화에너지 등 한화그룹 딜을 모두 수임했다. 특히 한화시스템은 신한이 처음으로 주관한 사례다. 그간 탄탄하게 쌓아온 주관 레코드가 관계 유지를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다.
다만 모든 그룹사에서 성과가 고르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 GS그룹(6500억원 발행)은 2분기 기준 세 번째로 많은 회사채를 발행한 대기업집단이지만, 신한의 수임 실적은 GS리테일 200억원에 그쳤다. 아울러 대규모 딜이었던 고려아연(7000억원) 건에도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신한이 이런 딜까지 확보했더라면 상반기 성적표가 한층 달라졌을 것이라 보고 있다. 신한의 상반기 누적 실적은 총 5조9609억원으로, 전체 순위는 4위다. 이 같은 이유에서 2분기 2위 등극은 의미 있는 성과지만 '3강 구도'를 근본적으로 흔들기엔 아직 갈 길이 남았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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