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7년만에 해외사업 결실
지난해 해외수주 17위 진입…주택사업 일변도 탈피 시도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해외 사업을 재개한지 7년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회사 설립 이후 최초로 해외 수주 20위권에 진입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국내 10대 건설사 중 해외사업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이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이 해외와 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은 주택을 전담하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깨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은 3건의 해외공사를 수주해 수주총액 2억112만 달러로 17위를 기록했다. 에티오피아 고레-마샤-테피 도로공사(1억3847만 달러)와 방글라데시 BSMMU 대학병원 건설공사(6263만 달러) 등이다. 16위에는 한화건설(2억5944만 달러), 18위에는 두산중공업(1억9549만 달러)이 각각 자리했다. 1~3위는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엔지니어링, 삼성물산 순이다.


지난해 1~9위 건설사들이 최소 10억 달러 이상 수주한 것에 비하면 미미한 금액이지만 HDC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의미가 남다르다. 이 회사는 1999년 정세영 명예회장과 정몽규 회장이 취임하고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 한 후, 해외사업을 접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의 기존 해외수주 물량에서 상당한 손실이 발생했다”며 “외국계 컨설팅 업체가 당분간 해외사업을 접고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해외사업 대신, 주력으로 삼은 것은 설립 초기부터 간판 역할을 해온 주택사업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모태는 1976년 3월 설립한 한국도시개발로 1986년 11월 한라건설과 합병해 현재의 HDC현대산업개발이 탄생했다. 1987년 현대건설과 손잡고 압구정 현대아파트단지를 지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01년 3월에는 주택브랜드 ‘아이파크(IPARK)’를 론칭했다. 올해 9월말 기준 HDC현대산업개발의 주택 및 건축사업 비중은 일반건축(8.4%)과 외주주택(64.1%), 자체공사(16.4%) 등을 합칠 경우 90%에 육박한다. 토목(5.7%)과 PC사업, 호텔 및 콘도사업(5.4%)은 10%대에 불과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택 집중 전략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부동산 경기 호황을 타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대형 건설사들이 중동발 저가수주에 발목이 잡혀 수천억 원의 해외손실을 본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매년 실적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업 호조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조원 이상 쌓였다. 지난해에는 숙원이었던 지주사 전환도 시작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해 2011년부터 해외사업을 재개했지만 그동안 별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해외사업의 특성상 시장 진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2011년 9월 수주한 카자흐스탄 서유럽-서중국 국제도로 사업은 공사금액이 1765만 달러에 불과했다. 2014년 수주한 볼리비아 바네가스 교량공사와 인도 RNA 메트로폴리스 공사도 4000만 달러대에 그쳤다.


2015년부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완공한 베트남 흥하교량 건설프로젝트의 공사 규모는 8000만 달러를 넘었다. 이어 지난해 12월 수주한 에티오피아 고레-마샤-테피 도로공사는 최초로 1억 달러를 상회했다.


해외 사업을 시작한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만큼, HDC현대산업개발에게 남겨진 과제도 적지 않다. 현재 수주 물량을 살펴보면 수익성 낮은 건축 혹은 토목사업이 대부분이다. 이익률이 높은 플랜트 사업은 전혀 없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플랜트 사업은 기술력 높은 인력을 확보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오랜 기간 사업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이 국내 부동산개발 경험을 살려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때 같은 울타리 안에 있던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신사협정이 사실상 깨진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해외와 토목, HDC현대산업개발은 주택을 전담하는 구조가 10년 이상 이어졌다”며 “최근 현대건설이 주택사업을 강화하고 HDC현대산업개발도 해외로 영역을 넓히면서 이 같은 암묵적 동의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계열 분리를 한지 20년 이상 지났고 이 같은 신사협정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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