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일제지, SM그룹 꽃놀이패?
유휴자산 덕분에 인수 후 재무 부담 크지 않을 전망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6일 16시 4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 (사진제공=SM그룹)


[딜사이트 최유나 기자] 국일제지가 삼라마이다스는 물론, SM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꽃놀이패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일제지의 인수 시 삼라마이다스는 덩치를 더욱 키울 수 있어 향후 삼라와 합병 시 오너 2세 우기원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남선알미늄 등 SM그룹 주요 계열사는 그래핀 등 신소재 기술을 보다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나아가 이 회사가 기업회생을 신청하긴 했지만 재무 상태가 양호하고 부동산 등 활용가능한 자산도 많아 SM그룹의 인수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부분도 이러한 관측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국일제지는 지난 3월, 3억원 가량의 단기어음을 상환하지 못하겠다며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한달 뒤 법원이 기업회생 신청을 받아들인 직후 국일제지는 스토킹호스 방식의 인가 전 M&A를 추진, SM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 회사가 기업회생을 신청하게 된 이유는 수년 간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게 주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국일제지는 연결기준 2018년부터 올 1분기까지 675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시장은 국일제지가 적자 늪에 빠져 있는 것과 별개로 SM그룹이 이 회사 인수로 짊어져야 할 재무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5년 넘게 순적자 상태가 이어지면서 결손 상태긴 하지만 풍부한 자본잉여금 덕에 3월말 기준 자본총계가 483억원에 달하는 점을 꼽고 있다. 같은 시점 결손금이 42억원으로 많지 않은 만큼 자본잉여금 전입을 통해 이를 해결하는 동시에 해당 자금을 투자금으로 활용해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어서다. 


아울러 3월말 기준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7억원, 장부가액 기준 유동화 할 수 있는 부동산 자산이 418억원에 달하는 점도 SM그룹의 인수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이유다. 현금성자산의 경우 대부분이 보통예금으로 예치돼 있어 언제든 활용 가능하고, 부동산은 제품 생산공장이라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SM그룹 소유 공장 중 가동률이 낮은 곳이 적잖은 만큼 상황에 따라선 (공장) 이전을 통한 현금 마련 창구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SM그룹이 국일제지를 인수하면 삼라마이다스 뿐만 아니라 그룹 계열사 전반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우선 우오현(74.01%) 회장과 그의 장남 우기원(25.99%) 부사장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삼라마이다스의 경우 신사업 확보에 따른 실적 제고에 나설 수 있게 돼 궁극적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다소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M그룹은 현재 삼라마이다스와 삼라가 각각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순환출자 구조로 엮여 있어 향후 양사 합병을 통한 하나의 지주사 체제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우오현 회장이 70세에 접어든 만큼 2세 경영 시대 준비도 필요한 시점인데 우기원 부사장의 경우 삼라마이다스 지분만 보유 중이다. 따라서 국일제지 인수 역시 향후 양사 합병 시 우 부사장이 더 큰 지배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조치로 시장은 보고 있다.


실제 작년 말 기준 삼라마이다스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3960억원이고, 삼라는 3752억원으로 별반 차이가 없다. 여기에 비상장 중견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의 평균값을 4.5배로 책정하고 있는 걸 고려하면 삼라마이다스의 기업가치는 1조7820억원, 삼라는 1조6884억원이다. 국일제지가 지난해 146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경영 여건이 불안정한 상태라 당장은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이 회사가 강판간지, 담배관련지, 식품용지 등 특수지 분야 국내 선두 업체이니 만큼 정상화만 되면 삼라마이다스의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TK케미칼, 남선알미늄 등 SM그룹 주요 계열사와 국일제지의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일제지의 종속기업인 국일그래핀이 보유한 그래핀(고분자 탄소동소체) 기술을 이들 계열사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봐서다. 그래핀은 흑연에서 분리돼 나온 물질로, 강철보다 수백배나 강하고 질긴 신소재다. 즉 알미늄 샷시 등을 제조하는 남선알미늄이나 섬유회사인 TK케미칼 모두 신제품 개발에 그래핀 기술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되는 만큼 경쟁력이 강화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SM그룹이 중견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가 끊임없는 인수합병(M&A)이었다"며 "우오현 회장이 수많은 부실 기업을 인수해 알짜로 탈바꿈 시킨 경험이 있는 만큼 시장 내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일제지 역시 빠른 시일 내 성과를 내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SM그룹의 경우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활성화 돼 있는 만큼 인수가 마무리되고 나면 국일제지에도 (계열사) 일감이 몰리지 않겠냐"며 "우오현 회장이 우기현 부사장에게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 국일제지의 경영정상화에 빠르게 나서는 동시에 삼라마이다스에 붙일 수 있는 기업에 대한 M&A도 꾸준히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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