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 SK D&D 공동경영 받아들인 이유는
인지도 높은 SK 브랜드, 임대·분양 사업에 도움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한앤컴퍼니가 SK가스SK디앤디(SK D&D)와의 공동경영에 합의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SK D&D의 경영방식에 대대적인 수정을 가할 정도로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부동산 시장 호황이라는 호재가 있긴 하지만 SK D&D는 매년 수백 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려왔다. 기존 SK의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이 SK D&D의 주력인 오피스텔 공급과 임대주택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 이들 사업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2C 사업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을수록 유리하다.



SK 브랜드, 미분양 리스크 낮춰줘


한앤컴퍼니는 최창원 회장과 SK가스가 보유한 SK D&D 주식 444만1주를 넘겨받았다. 기존 최대주주인 SK가스(443만9999주)보다 두 주가 많다. 한앤컴퍼니와 SK가스는 SK D&D 이사회의 이사진을 동수로 구성하는 등 공동경영할 예정이다. SK가스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대표와 감사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매각이 모두 종결된 이후에도 기존 대표 및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SK D&D의 유상증자가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는 한앤컴퍼니가 SK D&D의 공동경영을 받아들인 배경을 주목한다. 대기업 계열 상장사로는 보기 드물게 부동산 개발업을 추진하는 SK D&D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SK D&D의 핵심 사업은 부동산 개발이다. 주로 수요가 집중된 서울에 택지를 확보한 뒤 이곳에 오피스텔과 지식산업센터 등을 지어 공급한다. 전체 매출에서 부동산 개발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웃돈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사업도 영위하고 있지만 주력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적 변동성이 큰 부동산 개발업을 보완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SK D&D의 부동산 개발업은 에너지 사업과 달리 B2C 사업이다.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분양을 실시한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을수록 유리하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 브랜드 ‘SK’가 미분양 리스크를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구조다.


◆PE, 인수 이후에도 기존 브랜드 유지


SK D&D가 신사업으로 임대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자회사로 리츠 AMC ‘디앤디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으며 임대주택을 담은 상장 리츠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서초, 수유, 신촌 등지에 부지를 확보했다. 지난 6월 1490억원에 인수한 서초 메트로빌딩은 고급 임대주택과 리테일 시설을 결합한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임대업이 주로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


새로운 임대주택 브랜드도 준비 중이다. SK D&D가 보유한 기존의 오피스텔 브랜드 비엘(BIEL)과는 별도의 브랜드다. SK D&D 관계자는 “임대주택 브랜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현재 기획단계”라며 “그룹과도 브랜드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SK D&D는 수요가 풍부한 서울 지역의 택지를 확보하는데 주력한다”며 “서울은 웬만한 주택브랜드로는 명함도 내밀기 어려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SK’를 전면에 내세울 경우 분양이 수월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앤컴퍼니 입장에서도 굳이 SK 브랜드를 마다할 필요가 없다. 과거에도 인수한 기업의 브랜드를 유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앤컴퍼니가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사들인 호텔현대도 기존의 ‘씨마크’ 브랜드를 고수하고 있다.


M&A업계 관계자는 “PE들은 되도록 자신의 색체를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며 “인수 이후에도 최소 3~5년간은 기존 브랜드는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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