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구조조정
현대重, '인프라코어·밥캣' 패키지 인수 검토
채권단에 의향 전달…동반 매각여부 '미정'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7일 10시 1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현희, 유범종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매물로 나온 두산인프라코어에 더해 두산밥캣까지 묶은 패키지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만 인수할 경우 온전한 사업시너지를 낼 수 없다는 전략적인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두산그룹은 일단 두산인프라코어만 매각한다는 방침이지만 단독매각 추진이 여의치 않을 경우 두산밥캣을 추가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두산그룹 채권단 관계자는 7일 "현대중공업그룹이 최근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묶어 패키지로 인수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달했다"면서 "두산그룹은 두산밥캣만은 남겨두고 싶어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추진이 여의치 않다면 함께 묶어 팔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지난달 24일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잠재 인수 후보자들에게 투자안내문을 발송하며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이달 중 예비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해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적분할을 통해 두산밥캣을 거느린 투자회사는 두산중공업과 합병시키고 사업회사만 매각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번 매각은 두산밥캣은 빠지고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36.27%(7550만9366주)의 인프라코어 지분에 대해서만 이뤄진다. 현 주가(이달 6일 종가 기준)에 보유지분을 대입하면 보유지분 가치는 약 5618억원 수준으로 책정된다. 통상적으로 기업 매각은 각 사업부의 현금창출능력에 동종업계의 기업가치를 반영해 책정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매각금액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과거에도 비슷한 결정을 한 적이 있다. 2018년 두산엔진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해 투자부문은 두산중공업에 합병시켰다. 사업부문은 국내 사모펀드인 소시어스 웰투시 컨소시엄에 매각해 현금화했다.


두산그룹 채권단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인적분할을 통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사업회사는 매각한다"며 "투자회사와 두산중공업을 합병해 두산밥캣의 수익을 바로 공유할 수 있는 구조로 경영정상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만의 홀로 매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의 관계성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은 그동안 국내외 건설기계시장에서 영업 인프라 공유, 공동 마케팅 등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펴왔다. 또 두산인프라코어는 중대형 건설기계, 두산밥캣은 소형 건설기계 분야로 사업을 특화해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따라서 두산밥캣을 제외하고 두산인프라코어만 인수한다면 사업 효율성과 시너지 측면에서 의문부호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두산인프라코어는 현재 중국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재무적투자자(FI)들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11년 미래에셋자산운용 PE, IMM PE, 하나금융투자 PE 등은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지분 20%를 인수하면서 3년내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를 약속받았다. 또 기간 안에 상장을 못하면 드래그얼롱(Drag Along)을 청구해 두산인프라코어 지분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도록 약정을 걸었다. 기간내 기업공개는 이뤄지지 못 했고, 재무적투자자들은 2015년부터 드래그얼롱을 행사해 중국법인 지분을 매각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재무적투자자들은 매각과정에서 두산인프라코어가 매도자 실사 등 매각 절차에 협조하지 않았다며 두산인프라코어 등에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2심까지 완료된 재판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상고를 제기하며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심 판결에서 법원은 재무적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결과가 뒤집히지 않는다면 두산인프라코어는 7000억원에 달하는 우발채무를 떠안게 된다. 이는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려는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재계 일각에서는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단독매각에 실패할 경우 두산밥캣과 묶는 패키지 매각 안을 추가로 들고 나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현대중공업그룹은 두산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결정 이후 유력 인수 후보로 지목돼왔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현대건설기계는 두산인프라코어에 이은 국내 2위 건설기계기업으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까지 품게 된다면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이 함께 매물로 나온다면 현대건설기계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기술과 인프라 등이 더해져 전세계 건설기계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측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타진과 관련해 "현재로선 인수를 검토한 적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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