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돌아온 아이리버, '음악'에서 해답 찾았다

[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한 때 정말 잘 나갔지."아이리버 직원들이 회사 설립 초창기 시절을 회상하면서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다. 최근 몇 년간의 암흑기와 대비돼 과거의 영광은 더 빛나 보인다. '잘 나갔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아이리버의 과거는 찬란했다. 삼성전자 비메모리반도체부문 임원이었던 양덕준 전 대표는 1999년 레인콤(2009년 아이리버로 사명 변경)을 설립했다. 자본금 3억원, 직원 7명으로 시작한 레인콤은 다음해 다양한 코덱(파일 형식)을 재생할 수 있는 콤팩트디스크(CD) 플레이어 'iMP-100'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당시 아이리버 연구진의 기술력은 경쟁사보다 한참 앞서 있었다.아이리버는 2001년 세계 MP3-CD플레이어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창업 당시 100억원 미만이었던 매출액은 2003년 2000억원대, 2004년 4500억원으로 뛰었다. 영업이익률은 15%에 육박했다. MP3파일과 CD를 동시에 재생할 수 있는 MP3플레이어(이하 MP3P)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아이리버에는 '벤처 신화'라는 수식어가 붙었다.이어 내놓은 MP3P '프리즘'은 천편일률적인 제품 사이에서 삼각형 모양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히트를 쳤다. 프리즘은 미국 가전유통업체 베스트바이(Bestbuy)에 공급되면서 100만대가 넘게 팔렸다. 후속작인 크래프트 역시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아이리버는 미국 진출 6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소니야 미안해(Sorry, SONY)!"라는 도발적인 광고로 화제를 모은 아이리버는 2004년 국내 MP3P 시장 75%, 세계 시장 25%를 차지했다.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WALKMAN)'으로 전세계를 휩쓸었던 소니가 자국 내 독자 규격 미니디스크(MD)에 매진하는 사이, 아이리버가 그 뒤를 이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팽배했다.하지만 '아이리버 황금기'는 예상보다 일찍 막을 내렸다. 애플 때문이다. 2003년 '아이팟(iPod)'을 출시한 애플은 음원을 판매하는 '아이튠즈(iTunes)'로 음악 소비의 패러다임을 바꿔 나갔다. 음원 유통 시장을 손에 쥔 애플의 기세는 무서웠다. 아이튠즈와 연동해 음원 구입부터 저장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아이팟은 음향 기기 시장을 재편했다. 아이팟과 아이튠즈의 공습이 시작된 뒤 아이리버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것. 2004년 650억원 흑자에서 1년 만에 11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2006년에는 적자 규모가 540억원에 이르렀다. 5000억원을 바라보던 아이리버의 매출액은 2013년 54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아이리버는 MP3P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전자사전부터 PMP, 내비게이션, 전자책 단말기, 스마트폰, 게임기 등을 출시했지만, 전자사전을 제외하고는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다. '블랭크(BLANK)'라는 브랜드명으로 칫솔살균기까지 내놨을 때는 '아이리버가 어쩌다 이렇게 됐느냐'며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아이리버 사옥




아이리버 박일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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