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제로’ 부영, 오너 리스크 현실화
이중근 회장, 1심 징역 5년 선고…전문경영인체제 당분간 유지 ‘세 아들 존재감 없어’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이중근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부영그룹의 오너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 회장 슬하에는 세 명의 아들이 있지만 이들은 그룹 계열사 지분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현재로선 이 회장 이후 부영의 경영체제에 물음표가 달려있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1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중근 회장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은 횡령액 365억7000만 원, 배임액 156억 원 등 521억원 상당만 유죄로 인정했다.






뉴시스 제공

법정구속을 피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면했지만 부영그룹의 오너 리스크는 현재 진행 형이다. 특히 오너 2세들의 존재감이 희미하다는 점이 고민이다.


이 회장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지만 이들은 오너 2세로서 지분을 소유하기는커녕, 회사 경영에서도 사실상 배제된 상태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성훈 ㈜부영 부사장은 기획과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아들 중 유일하게 부영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부영 지분 1.64%와 광영토건 지분 8.33%를 갖고 있다. 차남인 이성욱 부영주택 전무와 삼남인 이성한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부영 계열사 지분이 전혀 없다.


이 회장은 1941년생으로 여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장남의 나이도 오십 줄에 접어들었다. 더 이상 지분 증여와 경영 수업을 미룰 상황이 아니지만 아직까지도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너 2세들이 보유한 지분이 거의 없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당이익 취득 의혹도 전혀 없다.


재계 20위권에 진입한 부영그룹의 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상속 및 증여 재원이 수천 억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마저 준비된 것이 없다. 5년간 부영 오너 일가가 받은 배당금을 살펴보면 이 회장이 1000억 원을 넘는 반면, 장남이 23억 원, 차남과 삼남은 각각 2억 원에 불과하다.


이 회장 구속 이후에도 세 아들은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현재 관리부문에 신명호 회장 직무대행, 법규부문에 이세중 회장 직무대행, 기술·해외 부문에 이용구 회장 직무대행의 공동 경영체제를 갖추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부영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기로 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중근 회장은 자신의 아들들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겠다는 의도가 강해 보인다”며 “자신의 아들들이 막대한 세금을 감수해서라도 부영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겠다면 그것은 막지 않겠다는 입장으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회장 실형 선고 이후에도 부영은 대규모 투자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등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 성수동에 49층 공동주택 2개동과 49층 호텔 1개동을 짓는 사업을 성동구청으로부터 승인받았다. 내년 상반기 착공할 예정이다.


전국 최대 규모의 미분양 단지인 마산 월영아파트 사업장도 연내 준공을 완료한 뒤 내년 초 분양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인수를 확정한 KEB하나은행의 을지로사옥 인수잔금도 납부해야 한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형 빌딩 인수와 사업 확대로 자금 수요는 늘어난 반면, 임대사업을 통한 현금유입은 다소 줄어들었다”며 “마산 월영아파트의 후분양 등으로 일시적인 유동성 경색이 일어날 수는 있지만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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