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령 기자] 유럽의약품청(EMA)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품목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3상 임상시험 생략이 가능해지면 수백억원대 개발비를 줄일 수 있어 신약 등 연구개발(R&D) 투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최근 EMA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규제 승인 과정에서 요구되는 임상 데이터의 범위를 축소하는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새 지침은 임상 1상에서 확보한 구조적·기능적 비교 유효성과 약동학(PK) 자료만으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유사성이 입증될 경우 3상 없이도 품목허가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MA는 이달 1일부터 업계 의견 수렴(public consultation)에 착수했으며 오는 9월 30일까지 의견을 받아 2026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EMA는 이번 개정의 취지에 대해 "유럽 내 바이오시밀러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개발자들이 유럽을 최적의 시장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2030년까지 69개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어서 관련 가이드라인이 산업 성장의 촉진제가 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에선 3상 생략이 현실화되면 평균 400억~500억원 수준의 개발비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셀트리온의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 등은 글로벌 3상에 각각 400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절감된 자금은 신규 파이프라인 개발 등 연구개발(R&D)에 재투자될 수 있어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 같은 흐름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다수의 품목허가를 확보하고 R&D 투자 기반이 탄탄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에게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두 회사는 각각 유럽 11종, 미국 10종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품목허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품목을 승인받은 기업군에 속한다.
셀트리온은 현재 오크레부스, 코센틱스, 키트루다, 다잘렉스 등 4개의 항체 바이오시밀러와 7개의 미공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며 2030년까지 총 22종의 바이오시밀러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SB27'을 포함해 다양한 미공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다각적 개발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출시에 있어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며 "가이드라인 개정 등 시장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고품질 바이오의약품을 더 많은 환자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MA의 이번 조치는 바이오시밀러 개발뿐 아니라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수요가 늘어나면 생산 수요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규모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들이 추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EMA 가이드라인이 최종 확정되면 바이오시밀러 산업 전반에 걸쳐 파이프라인 다각화, 치료 영역 확대, 신기술 도입 등 전방위적인 R&D 확대 효과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3상 임상시험이 생략될 경우 바이오시밀러 개발 비용은 수백억원 단위로 감소할 것"이라며 "이는 기업 입장에서 신약 개발 등 R&D 재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에피스처럼 글로벌 임상 경험과 허가 이력을 갖춘 기업일수록 EMA 새 가이드라인의 실질적 수혜를 가장 크게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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