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출범 3년차 토스증권이 올해 1분기 눈에 띄는 호실적을 냈다. 해외주식 위탁매매에서 띄운 승부수가 적중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라이벌로 거론되는 핀테크 1호 증권사, 카카오페이증권은 출범 이후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양 사의 순이익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무서운 실적 성장세…토스증권, 다크호스 급부상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토스증권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19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년간 벌어들인 순이익(15억)의 8배에 달하는 최대 실적이다.
이 같은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은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를 사로잡으면서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많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토스증권은 올해 1분기 해외 주식 수수료 수익으로 282억원을 벌면서 출범 3년만에 해외주식 수익 부문 업계 4위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이 560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내며 1위를 기록했고 삼성증권(463억원), 키움증권(372억원)이 뒤를 이었다.
토스증권은 올해 1분기 해외주식 위탁매매 점유율도 19.3%로, 전년동기(13.6%) 대비 5.7%포인트 상승했다. 해외주식 거래대금도 전분기 대비 86% 증가했다. 엔비디아 등 해외 빅테크업체들이 글로벌 인공지능(AI) 업황 개선을 이끌면서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를 사로잡은 결과다.
이 같은 해외주식 시장점유율 상승은 경쟁사 대비 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투자 플랫폼으로 서학개미들의 투자 편의성을 높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토스증권은 출범 초기 직관적이고 접근성이 뛰어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도입, 기존 증권사 서비스와의 차별화를 이뤘다.
특히 토스증권은 별도의 앱 설치없이 한 계좌에서 여러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통합계좌 서비스를 선보였다. 실제 이를 통해 실시간 해외 소수점 주식 거래와 맞춤형 콘텐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서학개미들에게 제공했다.

◆카카오페이증권, 적자 지속…갈 길 먼 흑자전환
카카오페이증권은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올해 1분기 105억원의 적자를 냈다. 2020년 68억원이던 순손실은 2021년 170억원, 2022년 480억원, 2023년 517억원으로 점차 커지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2020년 2월 출범한 '핀테크 1호' 증권사다. 2021년 3월 출범한 토스증권 보다 1년가량 빠르다. 그런데도 카카오페이증권이 토스증권에 밀리는 건 진입 초기 단계의 전략 실패라는 지적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출범 초기 주식과 같은 직접투자보다는 펀드 등 간접투자에 주력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증권의 주력 서비스가 펀드에 국한됐다. 이에 회사 문은 일찍 열었지만 펀드부터 파느라 MTS는 토스증권보다 1년 늦은 2022년에 선보였다. 통상 주 거래 MTS를 좀 처럼 이동하지 않는다는 투자자들의 성향 탓에, 초기 시장 선점 경쟁에서 토스증권에 밀릴 수밖에 없던 것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이 MTS 출시를 놓친 시기는 한국 증시가 동학개미운동으로 뜨겁던 때였다. 당시 삼천피(코스피 3000포인트) 기대감과 함께 개인 투자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페이증권이 MTS 진출 전에 토스증권이 발 빠르게 MTS 출시했고, 한 달 만에 신규 주식 계좌 100만좌를 모았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뒤늦게 토스증권을 따라잡기 위해 지난 3월 신호철 카카오페이 사업개발실장(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승부수를 뒀다. 다만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증권이 토스증권과의 격차를 이른 시간 내에 줄이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토스증권이 서비스 개선을 통해 해외 투자자들의 선택지를 넓히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먼저 토스증권은 미국 우량 회사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통상 2000∼3000만원 수준인 회사채 최소 구매 단위를 100만원 수준으로 낮춰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편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토스증권은 웹트레이딩 시스템(WTS)도 준비 중이다. 사용자가 PC에서도 거래할 수 있게 되면 실적 성장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증권도 수수료 수익의 한 축인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분야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태다. 서학개미공략을 위해 미국 증권사 시버트 파이낸셜 인수를 추진했지만 무산됐기 때문이다. 시버트 측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 조종 의혹이 불거지자 인수 계약 진행을 거부했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주식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한 1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며 "실적 수치가 점차 개선 흐름을 보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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