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 무자본 M&A 그늘서 못 벗어났나
동양시멘트 인수 때 외부서 차입, 재무약정 탓 수익성 중요도 높아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5일 17시 0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삼표시멘트)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삼표시멘트가 시멘트 값 인상에 동참한 것을 두고 시장에선 2015년 단행한 무자본 인수합병(M&A)의 후유증과 무관치 않단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질 지주사 삼표산업(옛 ㈜삼표)이 산업은행과 맺은 재무약정에 발목이 잡혀 있다 보니 타사보다 철저하게 계열사 수익구조를 관리할 수밖에 없단 이유에서다.


삼표시멘트는 이달 1일부터 출하되는 시멘트 값을 기존 톤(t)당 10만5000원에서 11만8600원으로 13% 인상했다. 회사는 "신규 설비 투자 등을 위해선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나, 현재 저조한 현금 흐름과 높은 부채비율 등 열악한 재무구조 상황에서 자체적인 노력만으론 해당 재원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명분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삼표시멘트의 현금곳간이 그리 나쁘지 만은 않단 게 시장의 공통된 평가다. 최근 몇 년간 보유 현금을 꾸준히 비축해온 터라 재무 여력이 양호할 뿐더러 부채비율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서다. 2021년 말 개별 기준 263억원이었던 회사의 현금성자산은 작년 말 402억원으로 52.9% 늘었다. 올 6월말엔 79.4% 증가한 721억원을 기록했으며, 이 기간 부채비율은 95.7%로 건전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삼표시멘트의 현금흐름도 원활하다.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얼마를 벌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과 일종의 여윳돈인 잉여현금흐름(FCF)은 올 상반기 기준 각각 351억원, 115억원으로 나타났다. 내부순현금흐름(ICF)과 재무적가용현금흐름(ACF)은 시멘트업계에서 유일하게 양수(+)를 기록했는데, 외부 차입에 의존하지 않고 현금을 조달할 수 있단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시장은 삼표시멘트가 시멘트 값을 인상한 배경에 삼표그룹이 중견 레미콘 기업이었던 2015년 단행한 동양시멘트 인수 여파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관측 중이다. 회사가 해당 M&A에 나서면서 외부 자금을 끌어다 썼고, 여기엔 재무이행 약정이 걸려 있어서다.


실제 올 상반기 말 기준 삼표시멘트 최대주주인 ㈜삼표는 이 회사 주식 5900만8784주(54.7%)를 보유 중이며, 해당 주식 전량엔 2650억원 규모의 담보가 설정돼 있다. 당시 ㈜삼표는 산은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양시멘트 주식 55%를 인수했는데, 부담금 6514억원 가운데 2200억원(한도대출 포함)을 산은 등 금융기관에서 조달했다.


산은이 제시한 약정은 ㈜삼표가 ▲부채비율 180% 이하와 ▲EBITDA 기준 이자보상배율 2.5배 이상 기준을 맞추지 못할 경우 대출금의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단 게 골자다. ㈜삼표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지 못하면 현재 담보가 설정된 삼표시멘트 주식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단 얘기다.


작년 말 연결기준(역흡수 합병 이전) ㈜삼표의 부채비율은 236.8%로 불안한 모습이다. 또 회사의 작년 말 총 차입금은 1조5353억원이었으며, 이에 대한 이자비용은 574억원이었다. 영업이익(853억원)으로 당장은 대처가 가능하나 마냥 여유로운 수준은 아닌 것으로 시장은 파악 중이다. EBITDA 대비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말 4.2배에서 2022년 말 3.9배로 소폭 낮아졌다, 아직까진 조건을 충족하고 있지만, 해당 숫자가 높을수록 이자 부담이 적단 점에서 ㈜삼표의 이자부담이 가중됐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삼표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삼표시멘트를 적극 활용해 양호한 재무흐름을 이어가려 한단 관측이 시장 일각서 제기되고 있다. 자회사 수익성이 모기업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까닭이다. 특히 전방산업인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그룹사 전반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점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삼표그룹의 경우 시멘트와 레미콘, 골재(건설기초소재)에 이르는 사업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으나, ㈜삼표(삼표산업 포함)와 삼표시멘트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지 않단 점도 과감한 가격 인상을 결정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작년 말 기준 ㈜삼표(삼표산업 포함)의 그룹사 매출 의존도 7% 수준에 그쳤으며, 삼표시멘트의 그룹사 매출 비중은 17%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삼표그룹 관계자는 "삼표시멘트 가격 인상과 삼표그룹의 대출 약정은 연관성이 없다"며 "시장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시멘트 공급 가격 조정이 부득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은과의 계약 조건은 성실히 이행할 것이고, 이를 위해 그룹 전반에서 자구적 원가 절감 및 매출 증대 등 전사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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