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수 영면
사라진 구심점…'난형난제' 본격 대결 펼쳐지나
③불황 속 침대 왕좌 놓고 에이스·시몬스 경쟁 격화 우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7일 16시 5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왼쪽부터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와 안정호 시몬스 대표. (제공=각 사)


[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형제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던 거목이 쓰러졌다. 바로 에이스침대 창업주인 안유수 회장 얘기다. 이달 27일 오전 안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 한 통이 날아들었다. 안 회장은 일찌감치 아들 둘에게 에이스침대(장남 안성호 대표)와 시몬스(차남 안정호 대표)를 물려줬지만 뒤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오며 여전히 큰 영향력을 보여왔다. 국내 침대 시장을 양분하며 가장 큰 경쟁상대인 양사가 지금까지 반목 없이 지내올 수 있었던 것도 고(故) 안 회장의 보이지 않는 조율이 있었을 것이란 게 시장 관측이다. 하지만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형제 간 피할 수 없는 경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의 뿌리는 하나다. 1930년생으로 고령이었던 안 회장은 일찌감치 '장남 에이스침대, 차남 시몬스'라는 후계작업을 서둘렀다. 그는 2000년대 초 장남인 안성호 대표에게 그룹 중추인 에이스침대를 맡겼고, 차남인 안정호 대표에게는 성장잠재력이 컸던 시몬스를 물려주며 현재와 같은 구도가 만들어졌다. 현재 안성호 대표는 에이스침대 지분 74.56%, 안정호 대표는 시몬스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태동은 한 곳에서 이뤄졌지만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는 치열한 경쟁 관계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침대시장은 양사가 양강구도를 구축하며 시장점유율 약 4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양사는 성장세가 꺾이고 있는 침대시장에서 지배력과 점유율을 더 늘리기 위해 끊임없이 맞부딪히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부동의 1위인 에이스침대를 시몬스가 턱밑까지 쫓아왔다.


실제 작년 에이스침대의 매출은 3443억원(별도기준), 시몬스는 2858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후계 승계가 마무리된 2003년 에이스침대 매출이 1158억원이었을 때 시몬스가 375억원 남짓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시몬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에 일각에선 경영 대결에서 동생인 안정호 대표가 형 안성호 대표를 앞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안정호 시몬스 대표가 회사를 크게 성장시킨 동력은 '시몬스 맨션'이다. 그는 기존 대리점 납품 방식을 정리하고 2018년부터 월평균 30억원 이상을 투자해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인 시몬스 맨션을 집중적으로 늘렸다. 아울러 노후화 된 가구골목에서 벗어나 도심 중심 상권에 매장을 옮기는 형태로 매장에 대한 재배치도 단행했다.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과 접근성이 좋아지자 소비자들의 방문이 늘기 시작했고 단시간에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


물론 에이스침대도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인 '에이스스퀘어'를 늘리고 제품 고급화에 집중했다. 나아가 인기 연예인을 내세워 인지도를 공고히 하는데 힘썼다. 하지만 시몬스의 추격을 따돌리진 못했다. 이에 시장에선 올해 시몬스가 에이스침대를 제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 양사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운 상태라는 점에서다. 이에 그 동안은 안유수 회장이 양사 사이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버티고 있었기에 과도한 견제가 지양됐지만 앞으로는 실적과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형제 간 피 튀기는 경쟁을 할 것이란 게 일각의 시각이다.


이미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시몬스가 가격동결을 선언하면서 에이스침대를 겨냥해 작년 최대 20%의 가격을 올렸다고 언급한 것. 시장에선 경쟁업체의 가격 인상을 직접 언급한 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자 에이스침대도 곧이어 시몬스가 더 자주 많이 가격을 올린 기업이라고 반박자료를 냈다. 가구업계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신경전도 더 거칠어지고 있는 셈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는 형제기업이지만 경영과 지분은 완벽히 분리되어 있는 별개의 회사"라며 "국내 침대시장에서 양사가 공생하기에는 파이가 작고 겹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안유수 회장마저 돌아가시면서 불황 속 형제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회장님이 급작스럽게 돌아가신 터라 현재로서는 향후 변화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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