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더니]
토요타 크라운, 스포츠카 뺨치는 플래그십 HEV
효율성·주행성능 다 잡은 2.4 듀얼 부스트…2.5 모델 강점은 '부드러움'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1일 00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6세대 크라운. (사진=토요타코리아)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1955년 출시된 토요타의 플래그십 세단 '크라운'은 69년 동안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로 자리잡아왔다. 크라운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히 브랜드 최초의 양산형 세단이라는 점만이 아니다. 이 차는 토요타가 이후 선보인 신차들의 '네이밍 전략' 시초가 됐다. 실제 글로벌 베스트셀링 세단 '캠리'는 갓을 의미하며 '티아라'는 소관, '코로나'는 광관, '코롤라'는 화관 등의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단연 최고 지위를 상징하는 '왕관' 크라운은 브랜드 내 그 어떤 모델도 대적할 수 없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


크라운이 한국에 출시된 것은 공식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1967년부터 약 5년간 한국지엠주식회사 전신인 신진자동차가 토요타와 기술제휴로 국내 부평공장에서 생산한 전례가 있지만, 라이센스 계약이었던 데다 정통 크라운도 아니었다. 이렇다 보니 한국 땅을 정식으로 밟은 크라운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뜨겁다.


지난 9일 완전변경(풀체인지)된 16세대 크라운을 직접 시승해 봤다. 신형 크라운은 전통적인 세단에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 ▲크로스오버 ▲세단 ▲스포츠 ▲에스테이트 4가지 타입으로 출시됐다. 다만 국내에는 크로스오버 타입을 우선 내놨다. 파워트레인은 ▲연비 효율성을 극대화한 2.5리터 하이브리드(HEV)와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이 강점인 2.4리터 듀얼 부스트 HEV 총 2가지로 구성됐는데, 모두 체험할 수 있었다.


16세대 크라운. (사진=딜사이트)

실물로 마주한 크로스오버 타입 크라운의 외관 디자인은 실로 놀라웠다. 플래그십 세단 특유의 중후한 인상은 전혀 없었고, 지상고를 높인 크로스오버 디자인은 정차 중이었음에도 속도감이 느껴지는 듯 했다. 특히 매끄럽게 뚝 떨어지는 루프라인은 패스트백 스타일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형 크라운은 보닛과 캐빈, 트렁크 등 전통적인 3박스 구조를 탈피한 것이 특징이다. 전면부와 후면부가 자연스럽게 이어진 실루엣은 볼륨감과 함께 날렵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구현했다. 크라운 정체성인 왕관 모양의 로고를 중심으로 전면부를 가로지르는 주간 주행등(DRL)이 적용됐다. 특히 좌우 끝이 올라간 '헤머해드' 콘셉트는 망치의 머리(T자형)를 형상화했는데, 날렵함을 한층 더 강조해 줬다. 마치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듯한 와이드한 그릴은 공격적이면서도 단단한 이미지를 완성해 줬다. 21인치 대구경 휠이 적용돼 리프트 업 스타일이 강조된 측면 디자인과 일자형 LED 리어램프의 후면 디자인은 크라운만의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줬다.


실내 인테리어는 아일랜드 아키텍처(Island Architecture) 콘셉트를 기반으로 안락함이 느껴졌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엔 12.3인치의 센터페시아가 위치해 있고 바로 아래에는 공조장치 등을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이 달려있다. 직관성이 뛰어나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었다. 무선충전의 경우 스마트폰을 패드 위에 눕히는 방식이 아닌 가로로 내려 꽂는 방식이었고, 전자식 기어레버와 드라이브 모드 조작 다이얼 등이 일렬로 배치돼 있었다. 다만 차체에 비해 협소한 글로브 박스 공간은 활용성이 다소 떨어졌다.


16세대 크라운 실내. (사진=딜사이트)

시승 코스는 정선 파크로쉬에서 강릉 사천해변 인근의 카페를 왕복하는 약 150km 구간으로 와인딩이 심하지 않은 산길과 고속도로 구간으로 나눠 이뤄졌다.


먼저 시승한 차량은 토요타가 효율성과 퍼포먼스의 양립이라는 목표 아래 최초로 선보인 2.4리터 듀얼 부스트 HEV 모델이었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스티어링 휠 중앙부의 왕관 로고가 보인다. 변속레버 조작의 경우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레버를 왼쪽으로 먼저 당긴 뒤 상하로 조작하는 식이다.


2.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모터, 6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된 이 모델은 348ps에 달하는 시스템 총 출력을 발휘한다. 국도에서 저속 주행을 이어갈 때 부드러운 주행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연속되는 코너 구간도 부드럽게 탈출했다. 이는 차량 리어에 새롭게 개발된 고성능 모터가 내장된 e-Axle 기반의 전자식 4륜구동(E-Four) Advanced 시스템이 장착된 덕분이었다. 이 차의 구동력은 평상시 전륜 100 대 후륜 0이지만 상황에 따라 후륜으로 최대 80의 동력이 배분돼 차체를 단단하게 잡아준다.


16세대 크라운. (사진=토요타코리아)

2.4리터 듀얼 부스트 HEV 모델의 진가는 고속 구간에서 발휘됐다. 직선 구간에서 가속페달에 힘을 가하자 날카로운 주행 능력을 보여줬다. 약간의 진동은 느껴졌지만 풍절음과 노면 소음을 잘 잡아줬다. 퍼포먼스를 앞세운 모델답게 드라이브 모드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등 5가지를 제공했다.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스티어링 휠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으며 가속 페달이 더욱 민첩하게 반응했다. 서스펜션 역시 탄탄하게 셋팅돼 '후륜구동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제동력도 일품이었다. 시승 후 확인한 연비는 11.8km/ℓ로, 극한의 드라이빙을 고려하면 매우 우수한 수준이었다.


2.5리터 HEV 모델은 2.4리터 듀얼 부스트 HEV 모델에 비해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느껴졌다. 해당 모델은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e-CVT를 기반으로 바이폴라 니켈 메탈 배터리가 장착돼 있는데, 복합연비 17.2km/ℓ의 높은 효율성이 특징이다.


주행 품질은 '부드러움'이란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다만 '위잉'하고 돌아가는 모터와 엔진 소리는 2.4리터 듀얼 부스트 HEV 모델에 비해 도드라졌다. 고속 주행으로 14.8km/ℓ까지 떨어졌던 연비를 올리기 위해 국도 구간에 진입하면서 에코 모드로 변경했다. 연비 주행에 대한 부담 없이 주행을 이어갔다. 약 28km 구간을 운전을 마친 뒤 확인한 연비는 16.6km/ℓ까지 올라있었다.


16세대 크라운. (사진=토요타코리아)

일반적으로 플래그십 세단은 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차라는 고정관념이 박혀 있는 만큼, 젊은 층을 공략하기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16세대 크라운은 주행 성능과 디자인을 파격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펀'(Fun) 드라이빙을 원하는 젊은 소비자를 매료시키기 충분해 보였다. 다만 글로벌 출시된 2.4리터 듀얼 부스트 HEV 모델의 경우 공급 이슈 등으로 올해 국내에서 판매 가능한 대수가 100대로 한정됐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한편 신형 크라운의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적용 기준 ▲2.5리터 HEV 5670만원 ▲2.4리터 듀얼 부스트 HEV 648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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